서울로 돌아오면 더 바빠진다 그래도 쓴다
웃긴 사람
오래전부터 가장 탐나는 재능은 누군가를 실컷 웃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화 중 조금의 틈만 나도 ‘우끼끼 웃기긔’를 입 밖으로 내뱉어버리는 유진님이나, 갑자기 옆 자리 의자를 강탈해 자기가 한 일을 줄줄이 늘어놓으며 우쭈쭈 칭찬만 해달라는 현식님이나, 진지한 에세이를 읽다가 등짝 가득 문신한 사람들 사이에 껴 있는 눈썹 문신한 사람을 상상하게 만들어버린 류시화 작가님이라던가. 어제는 미팅하던 영업 팀장님이 딱 그랬다. 뭔가 못 미더운데 되게 믿고 싶게 만드는 분이었다. 우리 앞에선 세상 당당하시다가도 전화로는 사정사정을 하는 이중적인 면모에 미팅 내내 어찌나 웃었던지 이 추운 날에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사무실을 나왔다. 웃을 땐 아무런 생각 없이 무장해제되어 깔깔 웃다가 밤에 꼭 곱씹어본다. 나도, 누군가를 그렇게 웃길 수 있는 재능이 있다면 좋겠어. 그런 가벼움이, 마음속임이 일상에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일을 하거나, 뭔가에 집중해 있을 때 자연스럽게 말이 없어지는데 그러다 보면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럴 때 인상을 팍 쓰고 이마에 손을 짚고 있는 나를 툭 건드릴 수 있는 용기가 가득한 사람들. 나를 킬킬 웃겨 주던 소중한 웃긴 사람들에게 오늘 아침엔 작은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