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8

이렇게 가득 담긴 밥은 오랜만이다. 글도 가득 써야 하는데

by yeji

불안할 땐 실체를 파헤치기

어젯밤엔 예정되어 있던 일정이 일찍 끝나서 해야 할 것들을 노트에 적고 오랜만에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안감이 확 느껴졌다. 파도가 갑자기 덮쳐오듯이 오래간만에 한없이 바닥으로 가라앉을 때 나는 위험해진다. 불안은 내게 평생 가까이 두고 관찰해야 하는 키워드라서, 그걸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일단은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걸 적절한 타이밍에 깨닫지 못하면 나쁜 결정을 내리거나 감정적인 선택을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불안을 감지했다면 왜 그런지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 보려고 애쓴다. 걱정이 불안을 일으켰다면 그 걱정의 실체는 무엇인지, 짜증이 불안을 만들었다면 그 짜증은 어디서부터 왜 시작되었는지 파고드는 것이다. 그렇게 몇 번 이유를 파고들면 보통 비합리적인 생각의 한 줄기에서 그 불안이 시작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다만 그 한 줄기가 워낙 생명력이 강해서 금방 덩굴처럼 나를 휘감아 버리는 것이다.

이럴 땐 곁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 빠르게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GPTs에게 질문을 받아서 내 불안의 실체를 분석하기도 한다. 불안은 최악의 상황에서 나를 미리 대비시키는 좋은 친구다. 특히 성향 상 위험 감지 타이밍이 비교적 빠르고,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게 불안은 남들보다 가까운 친구일 수밖에 없다.

어제 불안의 원인은 무엇이었냐 하면 몇 달 정도 만나지 못했던 상대방을 내 멋대로 상상하고 괴로워했던 것이었다. '왜 저 사람은 꼭 일이 벌어진 후에야 내가 제안했던 것을 하지?' 그럴 수 있다. 그때 그 사람은 정말 바빴을 수도 있고, 내 제안이 그때 와닿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내가 멋대로 그 사람의 감정을 상상하고,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비합리적으로 생각을 더해갈 때 실체 없는 불안이 풍선처럼 커진다. 하지만 그 사람의 모든 상황을 알지도 못하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불안하다고 한다면 그건 그저 나 편한 대로 생각한 것일 뿐이다. 그걸 혼자서 어렵게 해결하고 나서야 평소보다 늦게 잠에 들었다. 일어났을 땐 훨씬 기분이 나아져 있을 나를 아니까.

예상한 대로 오늘 아침은 평소와 다름없이 잘 일어날 수 있었다. 잘했다.


직접 관찰하기

어떤 조직에 가더라도 리더를 유심히 관찰하는 편이다. 설령 내 리더가 아니라도 말이다. 나는 미안하지만(사실 그렇게 미안하지도 않다.) 리더가 하는 말은 잘 믿지 않는다. 대신 그 리더가 보여주는 행동을 반드시 내 눈으로 확인한다. 리더가 쓰는 말 한마디, 메일 하나, 비언어적인 행동들을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고 편하게 남의 말만 듣고 판단하게 되는데 그럴 때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내가 일을 할 때 가장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계속 잊지 않으려면 조직과 리더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계속 정리하고 복기해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