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11

좋은 사람들과 좋은 하루를 보내면 글쓰기도 좋아

by yeji

마음까지 챙기는 한의원

어제 희경님 한의원에 갑자기 들리게 되었다. 실례가 될까 걱정스러워하며 들어갔는데, 그 마음이 무색하게 친절한 안내와 함께 따뜻한 차 한 잔을 쥐어주신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눈에 띄는 건 꽥꽥이와 개굴이. 언젠가 희경님 스토리에서 봤던 그 친구들이구나. 리뷰마다 각양각색의 포즈를 뽐낸다고 하더니, 오늘은 서로 등을 맞대어 기대고 있었다. 뒤쪽으론 그림책이 있는 책장이 하나 있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계절에 맞게 큐레이션도 바꾸신다고 한다. 마침 좋아하는 작가님 그림책이 있어 바로 집어 들고 읽었다. 이순옥 작가님의 <틈만 나면>은 틈 사이로 피어오르는 용기를 이야기한다. 담장을 넘은 담쟁이넝쿨은 저녁의 노을을 배경으로 저만의 춤을 추고 있을 테다. <하늘 조각>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차용해 저 위에만 있을 것 같은 하늘이 어디에도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매 시간 변하는 하늘, 같은 순간에도 바뀌는 하늘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한다. 희경님이 추천해 주신 신간 그림책도 읽었는데 귀여워서 풋하고 웃고 말았다. 걱정 근심이 있을 때 “멜론이지!” 해주는 도사님이 있다면야 뭔들 할 수 없을까. 힘든 몸 때문에 들린 한의원에서 이렇게 마음까지 다정하게 챙겨주다니, 이런 한의원 정말 귀하다.


을지로 나들이

우리가 을지로에서 만나기로 했을 때 도우큐먼트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화덕피자를 좋아하는 나는 물론이고, 유진님도 분명히 좋아할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 더, 조금만 더 하며 일하는 사이에 대기 마감까지 끝나버렸다. 젠장. 다행히도 유진님이 미리 알아둔 집으로 변경했다. 황평집닭곰탕에서 찍은 음식 사진은 없지만 (…) 닭을 좋아해서 더할 나위 없었다. 따끈한 국물과 담백한 닭과 새콤달콤한 무침까지 든든히 배를 채웠다. 카페를 가는 길에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청계천의 사람들도 구경하고 골목마다 시간이 새겨진 가게들을 눈에 담았다. 같은 리코인데도 포착하는 시선이 달라서 좋았다. 커피를 시켜두고 또 한참을 우리의 이야기로 채웠다. 가끔 헛소리도 하고, 진지해지기도 했다가 결국 웃어버리고 마는 우리. 어젠 유진님의 의문을 해결..한 것 같다. 매번 만나는 데도 왜 이리 시간이 금방 흘러가는지 막차 시간이 가까워 카페를 나와 걸어가다가, 기름 없이 구운 호떡을 손에 쥐었다. 반죽은 따끈하고, 설탕은 아삭 씹히는 호떡을 참 오랜만에 먹었다. 걸어가다가 유진님이 좋아한다는 서울레코드 앞 계단에 걸터앉아 권진아의 노래를 들었다. 신청곡과 사연을 남겨두고 올걸, 약간 후회한다. 유진님과 있으면 안 해본 일들을 많이 하게 돼요,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은 ‘저도요’.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이 좋다. 앞으로도 우리 더 많이 안 해본 짓들을 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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