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스무 번째라니 조금은 감격스럽네
가을 아침
단풍이 물드는 이 계절 가을을 무척 좋아한다. 어쩌면 이제는 겨울보다 가을을 더 사랑하게 된 건 아닐까. 이 시기엔 어딜 가도 참 예쁘지만 서촌과 북촌 근처를 오갈 때마다 나무들이 주황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다르게 물든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가을은 눈에도 카메라에도 자주 기록해두고 싶다. 오늘은 굳이 먼 곳까지 와서 아침 커피챗을 한다. 여기는 경복궁역의 오커쇼어. 안국역 근처 회사를 다닐 때 좋아해서 아침에도 점심에도 자주 걸어왔던 곳. 문을 일찍 열어 두는 곳이라 아침을 이르게 시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빵을 구워내는 공간이 붙어 있어 아침부터 여기저기 퍼지는 빵 냄새는 또 얼마나 사람을 유혹하는지. 단 음료보단 깔끔한 음료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곳에만 오면 이상하게 라떼가 먹고 싶어진다. 오늘은 가을에 맞춰 따뜻한 아몬드 라떼를 마시며 책 한 권을 읽었고 시간이 조금 더 남아 이렇게 매일 쓰기를 한다. 계속 이렇게 평온한 아침을 보낼 수 있을까. 아침을 열어가는 건 역시 나의 몫이라고, 이렇게 살기로 매일 다짐해 보겠다고 생각한다.
P적 (P + 기적)
이는 mbti 기준의 P들이 주장하는 것으로, 그간 일들이 어떻게든 해결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일을 벌이는 행위를 반복하며 믿는 신념 같은 것이다. 유사한 말로는 '아, 이게 되네', '거봐,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다니까' 등이 있다. 이런 말을 내뱉을 때마다 의도치 않게 주변 J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 만약 J라면 아슬아슬하게 일이 되고 나면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고 회로를 가졌겠지만, P들은 안될 것 같았어도 결국에 되고야 마는 일을 겪으면 앞으로도 계속 성공할 거라는 낙관주의적 사상을 강화한다. 그런 작은 성공경험(?)이 쌓이며 이런 P적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특징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거쳐온 모든 리더는 전부 P였다. 그들은 P적을 믿었고 그래서 뒤통수를 맞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은 어떻게든 진행된다는 믿음을 쉽게 버리지도 않는다. 오해하지 말라,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나와 작동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이후부터는 내 방식을 통해 그들과 조금씩 발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반짝이는 그들의 역할은 모 아니면 도일 수도 있는 일에도 승부를 거는 것이다. 안 될 가능성은 작게 보고 될 가능성을 크게 보고 판에 들어가는 것이다. 나처럼 주저하면 안 될 일에 일단 뛰어들고 수습을 하니, 때로는 큰 실패도 하지만 큰 성공을 할 때가 있다. 10번 실패였어도 1번 성공하면 그들은 그 1번을 기억하며 만족하는 것 같다. 나는 그들을 위해 폭탄을 제거하는 일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포지션이다. 큰 실패는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성공을 하지도 못한다.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에 머리 굴리며 생각하다가 늦어버리는 탓이다. 그래도 이제는 내가 맞다만 하지 않고, 어느 때엔 지고 어느 때는 이겨 먹기도 하며 주고받는다. 어릴 땐 저들이 내게 꽤 심각하고 괴로운 문제였으나 나 역시도 그들의 옆에 있다 보니 어느 정도는 P적을 믿는다. 거기에 든든한 오른팔이라는 정체성 혹은 콘셉트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뒤에는 고민이 크게 줄었다. 고통도 그만큼 줄었는지는, 흠!
이번 주에도 여지없이 그런 P적들이 벌어지고 있다. 모두 내가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수습은 전부 내가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대표들의 감정싸움이 더해져 좀 많이 난처하고 중간에서 힘들다는 게 문제긴 하다. 일단 내가 양쪽을 바삐 오가며 틀어막고 있다. 이미 오늘 대표님이 한판 하신 것 같지만(…) 내일 다 같이 만나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 하는데 나에게도 P적이 일어나 주기를 바라게 된다. 제발.. 저에게도… 기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