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끝나기 30분 전에라도 쓴다
서울랜드
오랜만에 언니와 작전을 짰다. 언니는 토요일부터 대만으로 이틀간 출장을 다녀올 예정이다. 이럴 때 우리가 가장 눈치를 보는 건 첫째 새별이. 별이는 어릴 적부터 엄마와 거의 떨어져 본 적이 없기도 하고, 성향상 애착이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떨어지는 것에 불안을 느끼는 타입이다. (그게 당연하긴 하다. 반면에 둘째는 엄마가 없어도 평소처럼 무던하게 지낸다.) 그래서 하루라도 떨어져 있는 날이면 나와 언니가 며칠 전 아니 몇 주 전부터 팀플레이를 구사한다. 엄마가 언제, 왜 없는지 낱낱이 고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은 사람(=나)이 취조를 당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없는 기간엔 그동안 너무 가지고 싶었던 걸 사주거나, 함께 가고 싶었던 곳을 가거나 하고 싶었던 활동을 같이 한다. 원래는 잘 기다렸다는 의미로 갔다 온 후에 보상을 주는 편인데, 이번엔 가기 전에 평소보다 더 찐하게 놀아주는 전략을 썼다. 아이들은 오후 수업을 째고 과천 서울랜드로 향했다.
롯데월드 2년 차 연간회원으로서, 서울랜드와 에버랜드도 이제 슬슬 가야 하지 않나 벼르던 차였다. 특히 길지 않은 가을에, 추웠다가 말았다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생각해 보면 오늘 정도의 따뜻한 날이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새로운 곳에 놀러 가 무척 신이 났는지 낮잠도 건너뛰고 뒷자리에서 계속 조잘거렸다. 도착한 서울랜드는 특유의 거북이 마스코트와 동그란 지구본 모양의 대형 조형물만 알아볼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학창 시절에 체험학습으로 갔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서울랜드는 롯데월드보다 아이들 키 제한이 조금 덜한 편이라 아이들만 원한다면 많은 어트랙션을 탈 수 있었다. 다만 예상을 못했던 건, 아이들이 좀 자랐다고 겁을 많이 내던 것이었다. 어릴 땐 멋도 모르고 그냥 타기도 했는데 지금은 한두 번 경험이 생기니까 무섭다는 소리를 먼저 한다. 그 몇 달 사이에 부쩍 어린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조금 더 느려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면 돌아다닌 것에 비해서 아이들이 까다롭게 고르느라 생각보다 많이 타지는 못했다.
언니와 나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연 프로그램을 많이 찾아다녔다. 2시, 6시, 8시까지 3차례 공연을 봤는데 롯데월드와 가장 큰 차이점은 공연의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이 굉장히 강조된다는 점. 2시 공연은 주인공이 정글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우정을 쌓고 모험을 하며 용기를 내는 스토리였다면, 6시 공연은 산타할아버지가 휴가를 간 사이 고장 나 버린 크리스마스 공장에서 벌어지는 대소동을 그려냈다. 매 공연마다 조명, 불, 폭죽 등의 특수효과가 꽤 실감 나게 느껴져서 아이들이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으며 물어보니 오늘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2시 공연을 뽑기도 했다. 항상 보던 롯데월드의 경우는 아이들이 극에 참여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캐스트가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이는 편이라 아이들이 또 다른 스타일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오늘처럼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더 많은 감정과 이야기를 느끼고 자신의 이야기처럼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앞으로도 계속 영화나 연극, 공연이나 뮤지컬을 보여주고 싶다.
놀이공원의 대목인 연말이 가까워 온 덕분에, 이른 크리스마스 장식을 실컷 보고 왔다. 원래도 특별히 연말을 챙기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 걸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두 아이들이 사진을 찍는데 협조해주지 않아서 상당히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언니와 아이들 사진 몇 장이 남아서 다행이다. 이걸로 엄마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대체할 수 있겠지? 점심에 떠난 우리는 폐장 시간이 가까워서야 문을 나섰다. 사실 나에게는 '이모, 엄마 언제 와?' 하는 울음 섞인 질문에 수십 번씩 답을 해야만 하는 험난한 주말이 남았지만 그 힘듦은 내가 잘 극복해 보기로 한다. 오늘도 아이들과 좋은 추억 하나가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