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23

이모로 산다는 것은

by yeji

주말 전담 육아

어느새 일요일 저녁, 47시간 중 가장 고비가 될 것 같은 6시간이 남았다. 언니는 밤 11시에 도착하고 아이들도 그걸 알고 있다. 두 녀석 모두 엄마가 올 때까지 절대 잠들지 않겠다고 몇 번씩이나 이야기하고 있다. 낮잠도 안 잤는데 대체 어떻게 늦은 밤까지 버티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기다리고 싶다고 하면 그냥 기다리게 해 준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니까.

엄마가 없는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 해 주려고 어제는 광교호수공원에서 꽤 오래 산책을 했고, 오늘은 동네 아파트 뒷산과 중앙공원에 다녀왔다. 물론 그 덕에 나는 어제 애들과 동기화되어 어제 10시가 되기도 전에 잠에 들어버리는 바람에 매일 쓰기도 못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주말에 해야 하는 일들을 아이들과 차근차근 해내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를 들면 항상 엄마가 해주는 머리 묶기를 이모가 어설프게 해 줘도 '이모, 잘했다'하며 웃고, 엄마 없이 처음으로 서울에 다녀온다던가, 매년 찍는 단풍사진을 이모와만 셋이서 찍는다던가 하는 일들.

아이들에게 엄마가 없는 시간도 퍽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좋겠다. 방금도 둘째가 언니 얼굴을 손으로 미는 바람에 밀지 말라고 혼을 냈지만(진짜 왜 저럴까? 나도 언니에게 저랬을까?), 그래도 너희는 충분히 사랑받고 있고 언제든지 여러 도망칠 구석이 있다는 것을 자주자주 알려주고 싶은 이모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