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27

좋은 것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

by yeji

편안한 전시

좋은 전시를 너무 늦게 알아버린 탓에 전시 마지막 날 없던 시간을 부랴부랴 빼서 다녀왔다. 약수역 미래빌딩은 원래 로우클래식 쇼룸으로 쓰이는 공간인데, 이번 전시가 바로 그 미래빌딩 3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통창이 있는 곳이라 햇살이 좋을 때 보고 싶은 마음과 글에 집중하고 싶어 조용할 것 같은 오픈 직후에 방문했다. 그곳엔 자신의 집을 자신만의 좋은 기준에 맞춰나가는 과정이 단조롭지 않게 펼쳐져 있었다.

작가님이 없는 시간대에 방문해서 그런가 배경 음악도 중간에 끊겼고, 아래층 로우클래식에 방문한 중국인 여행객들이 전시 공간 안에서 옷과 피팅 촬영을 하기도 했으나 그 정돈 무시할 수 있었다. 가구와 자재 하나하나에도 다 구구절절 해설이 달려 있어 그걸 읽는 데만도 온 신경이 다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만든 이의 해설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보는 걸 좋아하기에 이런 방식을 선택해 주신 점이 꽤나 반가웠다. 벽면의 사진에도 시선을 빼앗겨 한참을 들여다봤는데, 알고 보니 김잔듸 작가님과 표기식 작가님의 잡지 B컷과 스냅 촬영본이었다. 눈이 호강을 했다.

작가님에게 집은 그저 도화지였을 뿐, 사실 전시에 있는 것들은 작가님의 손품과 발품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어떤 하나를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태도마저 밀도 있게 담아내는 이야기는 흔하지 않아 귀하다. 작가님은 궁금한 자재가 있으면 지방에 있는 샵으로 한달음에 달려가기도 하고, 정말 쓰고 싶은데 비싼 원목이 있으면 자투리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자재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모자란 부분이 있어도 그대로 진행했다. 완벽하다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다른 이들에게 과도한 힘듦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이 직접 해봐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모든 과정과 결정에 호오가 분명해서 그것을 선택한 이유를 한 바닥 글로도 써낼 수 있는 사람이라니, 그처럼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어딜 가도 시선을 빼앗고 요란하게 자극하고 정신없게 하는 컨텐츠만 눈에 걸려 아득하던 차였다. 마음이 편안해 부담되지 않았고, 자리에 없는 작가님을 대신 한 글들과 책에 나오는 집의 그 물건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M에서 전시를 기획할 때면 '전시장에 쓰인 모든 것들을 최대한 낭비없이' 하자고 약속했었던 터라, 이 전시장에 똑같이 의도된 모든 것이 참 반가웠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이게 출간 전시회라, 책으로 두고두고 읽어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이 전시에서 얻은 마음으로 내 집도 더 소중하게 하나하나 신경쓰고 싶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