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28

좋아하는 마음으로

by yeji

안동

안동은 처음이었다. 코이노니아로 새롭게 서는 그들을 응원하려고 아침 7시 차를 탔다. 아침엔 예빈님과 오후엔 하영 님과 시간을 보냈다. 작년 겨울 성북동에서 인사하고 안동에서 다시 만난 그들은 잘 모르겠다 하면서도 역시 저들의 믿음을 따라 잘 걷고 있었다.

안동은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우리가 이미 잘 아는 고성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었다. 지체 높은 이들과 진리를 탐구하던 이들이 무리를 지어 살던 곳,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곳. 하영 님은 점심을 먹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병산서원으로 나를 이끌었다. 어딜 쳐다보아도 가을의 옷을 입은 알록달록한 능선이 우리를 두 팔 벌려 반겼다. 우리는 차 안에서 고개를 하나 넘어갈 때마다 저것 좀 보라고 행복한 소리를 질러댔다. 행복이 그래프로 그려질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서원으로 가는 길에 우리 몫을 100으로 꽉 채우고도 훨씬 더 넘었을 것이었다.

병산서원에 도착해 주차장에서 서원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홀리듯이 낙동강 쪽으로 빠졌다. 병산서원 입구도 가기 전이었지만, 그 풍경을 보고 샛길로 빠지지 않는다면 분명 유죄였다. 흔들리는 갈대가, 파아란 하늘이, 가을의 산과 나무가 드러낸 기막힌 절경이, 윤슬이 반짝반짝 빛나는 그 풍경이 우리를 숨 막히게 했다. 그 장면은 실로 비현실적이라 ‘우리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요?’라고 묻다가 ‘그럼, 당연히 되지!’ 같은 자문자답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 실없는 소리를 하며 낙동강에 우리의 웃음을 흘려보냈다.

병산서원을 보고 내려와 그 옆 밭에서 진짜 줄기에 달린 목화를 보고 놀라다가, 길도 아닌 곳을 씩씩하게 걸어 올라가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을 구경하고 나왔다. 비포장도로를 좋아하는 그녀 덕분에 혼자라면 가지 않을 곳을 잔뜩 갔다. 나와 같은 곳에 서 있어도 그녀는 더 많은 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이었고 온몸으로 감각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느끼는 세계를 조금이나마 곁에서 따라갔다. 보다 새롭고 깨끗한 마음으로.

그저께 그녀가 누워있었다던 그 하회마을로 갔다. 사람들이 제법 많았고 우리는 돗자리에 누워 책을 읽겠다고 가져왔지만 햇살이 너무 좋은 덕분에 벤치에 앉아버렸다. 동네에서 제일가는 맛집에서 포장해 온 무화과케이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에서 종종 커피챗을 하는 우리의 장소가 바뀌었을 뿐, 그녀와 오랜만에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고성에서 만나 친구가 된 우리는 지금 다른 곳에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향해 달리고 있다. 우리가 그럴 수 있었던 건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거나 환경이 좋아서가 아니고 정말 좋아하는 마음 덕분이었다. 화장실에서만 나와도 출구가 어느 쪽인지 한참 생각하는 (…) 길치에 방향치여도 고성에서만큼은 운전을 하고 친구들을 가이드하는 나를 보면, 다른 건 다 필요 없다며 우리가 좋아하는 마음이 드러나면 다른 이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했다. 좋아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다고, 세상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버스 시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녀와 월영교를 걸으며 밤산책을 하고, 저녁 11시가 되어 집에 도착했지만 에너지가 충분했다. 오히려 떠날 때보다 더 많이 충전해 온 탓에 뭐라도 마구 하고 싶었지만 내일의 중요한 일정을 위해 자야만 했을 뿐. 고성을 처음 갔을 때처럼 안동을 더 자주 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동을 사랑하는 그녀를 보러 갈 테지. 시간도 체력도 돈도 다 핑계일 뿐, 역시 좋아하는 마음이 다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