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행사의 시작이자 끝, 부스
초기 시안을 떠올려봅니다. 그것이 실제로 구현된 마지막 현장과는 완전히 다르죠. 최종 시안으로 부스를 수정하기까지는 내부 팀원들과 치열한 시간들이 있었어요. 수많은 대화가 모여서 지금의 부스까지 도달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시공 업체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제겐 부스를 넘어서 운영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비용이 최저가인 업체는 아니었지만 안되는 부분이 있을 때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씀해주셨고, 철거하는 날은 반나절 빠르게 현장에 오셔서 유연하게 대처해주시는 등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주셨어요. 특히 오픈 부스는 시공 업체의 중요도가 높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신청서를 제출했다면 보통 4달 정도 남을 텐데, 저에게 다시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래 일정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3️⃣달 전에는 부스 시공 업체를 만나고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하고 싶은 것은 이미지로 최대한 많이 정리해두고, 글이나 말로도 한번 더 전달합니다.
2️⃣달 전에는 시공 업체와 1차 시안을 주고 받습니다. 여기서 수정해나가면서 대략적인 견적을 뽑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지도 확인합니다.
1️⃣달 전에는 시공 업체를 선정하고, 최종 도안을 확정합니다. 일반적으로 시공 업체는 1달 전부터 발주와 제작에 들어가서 그 이후에는 시간이 촉박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한편으로는 제가 잘 몰랐던 부분도 있었기에, 다시 돌아간다면 경험자에게 물을 것 같은(?) 질문도 뽑아봤습니다.
✅ 부스를 처음 만들어봐요. 업체는 어디서 찾나요?
코엑스 같이 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이라면 주최 측으로부터 시공이 가능한 업체 리스트를 전달받으시게 될 거예요. 그 중에서 작년에 후기가 좋았던 부스나, 비슷한 규모의 부스를 만든 업체를 눈 여겨 보세요. 물론 브랜드에서 자체 시공도 가능하지만, 신경써야 할 부분이 훨씬 더 많아요. 예를 들면 방염 작업, 소방/전기 설비 등은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가급적이면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시공 업체를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 하고 싶은 컨셉의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왔다구요?
정상입니다. 이제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어느 부분에 힘을 줄지 뺄지 선택해야 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시공 업체도 모든 기물을 직접 제작하지 않고, 목공, 페인트, 전기, 아크릴 등 각 거래처에 맡겨서 제작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거래로 제작하거나, 자체적으로 시공할 수 있다면 비용을 어느 정도 저렴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시간과 리소스가 쓰인다는 점도 꼭 기억하세요.
✅ 시안 받을 때 돈 내야 하나요?
제가 컨택했던 시공 업체들은 모두 시안을 무료로 제작해주셨어요. 상식적인 수준에서 요청드리는 시안 수정도 흔쾌히 진행해주셨어요. 하지만 같은 컨셉과 이미지를 전달했어도, 어떤 업체가 작업했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시안을 받아보시고, 내가 해석하는 방향과 맞지 않다거나 내가 원하는 느낌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빠르게 거절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시안을 받으면 받을수록 거절이 어려워지니까요.
✅ 인테리어 하듯이 생각하면 되나요?
부스 시공은 인테리어가 아닙니다. 하루 혹은 이틀 안에 만들어야 하는 특성 상, 인테리어와 동일한 퀄리티를 요청할 수는 없어요. 그렇다고 마감을 날림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써달라고 요청하기 힘들 수 있어요. 현장에서 퀄리티는 곧 시간을 의미하고, 시공 후엔 브랜드가 직접 부스를 꾸며야 하는 작업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조율하세요.
✅ 현장에서 제품 판매를 하시나요?
창고 공간이 너무너무너무 중요합니다. 독립 부스의 경우, 뒷면에 일부 제품이나 비품을 적재할 수 있지만 오픈 부스는 벽면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창고 공간을 여유있게 확보해두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창고 공간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페어 기간동안 매일 후회한 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