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35

떠나기 전에 드는 생각

by yeji

로컬

로컬이라는 말이 가끔 정의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비를 보여줄 때는 물론, 지방, 소멸 도시를 뜻할 때도 있다. 혹은 더 옛날의 단어 중 시골을 바꿔 부르는 말로 쓰일 때가 있기도 하다. 요즘은 서울 내 각 지차체들도 스스로를 로컬이라고 부른다. 현현의 하덕현 대표님이 해주신 강의도 성북구 로컬크리에이터를 위한 것이었고, 마포도보는 이번 주 LBCC에서 마포라는 로컬을 주제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로컬은 그 정의를 바꿔가며 우리 주변의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단어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모두가 스스로를 로컬이라 하니, 지금은 로컬이 아닌 곳이 더 희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서울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었을 때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나의 주 생활지인 광진구, 성동구에서 좀 더 넓어진 개념이었다. 서울 안에서 가본 적이 손에 꼽는 은평구나 성북구로 가는 것보다 되려 내겐 심리적으로 가까운 느낌도 있다. 서울에서 2시간이면 가는 곳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 보면 된다. 그 여러 선택지 중에 하나였을 뿐 서울을 탈출해야겠다거나 혹은 로컬이 탈출구라던가 그건 아니었다. 좋아하는 지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주변에선 로컬로 가는 것이 마치 돌이킬 수 없는 일생일대의 순간인 것처럼 반응할 때가 있다. 그것도 맞다. 그 결정이 내 삶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 하지만 틀리기도 하다. 로컬로 가는 것이 되돌리지 못할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에겐 그저 사는 곳, 살고 싶은 곳이 그곳일 뿐이니까.

내가 그 지역에서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하겠다는 생각도 없다. 다만 그 공간에 잘 녹아들어 좋은 일상을 함께 할 친구를 사귀고 싶을 뿐이다. 이미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는 친구와도 만나고 싶고, 나와 다른 방식으로 수입을 벌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만나고 싶다. 그 지역의 다채로운 삶의 방식을 듣고 보고 싶다. 나도 그 하나의 방식이 되고 싶을 뿐이지, 로컬을 부흥하겠다던가 색다르게 바꿔보겠다는 마음은 없다. 이미 그 자체로도 좋아서 가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오해하면 안 된다. 로컬이 서울보다 좋다도 아니고, 로컬이 무언가의 대안도 아니다. 로컬은 그저 지금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고 충분히 자기 컬러를

가지고 있다. 그 문화가 지금까지 굴러온 방식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살기만 한다고 해서 그 지역에 내가 섞여들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해보고 싶은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는 이제부터 내 몫이 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