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43

인스타그램 해킹을 당했다

by yeji

조금 전 자정이 약간 넘은 시각,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혹시 인스타그램 해킹을 당했냐고. 무슨 말인가 하니 내 계정 게시물이 이상하다는 내용이었다. 오늘 올려든 스토리 뒤로 15분 전 해킹범은 내 계정에 본인의 릴스와 스토리를 올려두었다. 왜지? 내 계정이 뭐 특별한 것도 아닐 텐데, 이 작고 작은 계정까지 오다니. 2단계 인증을 걸어두고 뒤늦게 지인에게 감사함을 건넸다.

만약에 라는 말을 잘하지 않는 내가, 만약 이 인스타그램이 사라진다면 어떨지 생각해 봤다. 몇몇 지인들은 인스타그램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곧 희미하던 연결이 끊길 터였다. 일상의 사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지 못하게 될 테지만 어차피 요즘 일상은 고성을 제외하곤 실시간으로 공유하지도 않는다. 혹여 공유하고 싶더라도 방식을 다르게 풀어내거나 다른 플랫폼에서 풀어낼 수 있게 될 테니 크게 아쉽진 않을 것 같다. 나만 알고 저는 모르는 다른 이들의 소식도 찾아보기 힘들어질 테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소식이 내게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닐 테다. 그저 궁금할 뿐이지, 그들과 인연을 맺고 싶은 것도 아니니까. 브랜드의 소식은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으니 괜찮고, 가끔 궁금한 것을 디깅을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벗어나면 디깅 할 콘텐츠들은 되려 훨씬 많을 것이다. 책 같은 것들.

가만 보니 나의 인스타그램은 과거에 살고 있었다. 현재는 가끔 머물렀고, 종종 미래를 착각하게 되는 날이 있었다. 한 자리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 좋지 않은 신호였다. 인스타가 혹시라도 내게 자랑하고 내보이기 위한 수단이라면 언젠가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었다. 결코 솔직해질 수 없는 공간이기에 건강할 수도 없었다. 나는 날 것의 내 이야기를 쌓아낼 공간 하나가 필요했다.

해킹을 당했는데 왜 인스타를 안 하겠다는 다짐이 되고 있을까. 자정의 해킹이 이 생각의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쉽게 조용히 나 몰래 침범당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무너지기도 참 쉬웠다. 여기에 너무 많은 비중을, 기대를, 인연을 달아두지 말고 흘려보내야겠다고 생각한다. 내 인스타가 없어지고 연락 오는 모든 이들의 메시지를 더 귀하게 여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