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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ji Forrest Lee Apr 01. 2018

2018년 3월 31일의 고민

왜 나는 매년 3월마다 흔들리는가

2018년 3월 30일에 불 붙은 고민이 3월 31일 하루를 온전히 태우고 4월 1일로 간신히 넘어온 자정 즈음의 시간에 이 글을 쓴다. 


어느덧 꽃친 3년차. 나는 원래부터 봄을 타는 사람이었던가, 혹은 혼란스러운 3월을 맞이하는 꽃치너들의 패턴에 어느덧 동일시 된 것인가. 중요한 것은 꽃친과 함께 연속 3년 째 나는 흔들리는 봄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나를 흔들었던 봄의 파도는 더 넓은 시야과 경험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했고 우리 부부를 세계여행이라는 계획 위에 올려놓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아이들이 꽃친호에 올라탔다. 첫 설렘을 가지고 만난지 한달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시간이 많으면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시간을 어떻게 잘 써야 할지 모르겠다. 
꽃친이 나에게 왜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여기서 만난 친구들이 너무나 달라서 더 가까워지기 힘들다. 



매년 반복되는 혼란과 어려움, 그리고 곁들여진 불평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런 고민들을 하는 것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이들의 감정에 너무 깊이 공감하다보면 어느덧 같이 흔들리기 때문에 3년째가 된 지금은 왜 매년 아이들은 똑같은 불평을 하고, 나는 왜 이걸 견뎌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꽃친은 이것을 배우는 곳이 아니던가. 진정한 배움이 시작되는 지점은 학습자가 필요와 갈증을 느끼는 지점이라고 정의한다면 아이들은 지금 주체적인 삶, 다양한 타인과 관계맺는 법을 배우기에 가장 적절한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수학 선생님이 매년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하며, 왜 이 아이들은 하나 같이 덧셈을 모르는가, 왜 나에게 질문하는가라며 힘들어하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지 않은가.


아이들의 고민은 적절하다. 적절하지 못한 것은 내가 그 배움의 길에 동행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주체적인 삶을 살기, 시간관리 잘하기, 타인과 성숙하게 관계맺기는 아흔 먹은 노인에게도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나에게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꽃치너들과 꽃친 쌤들은 왜 이 어려운 문제를 자처해서 맞이하는가? 그것은 이 문제들이 피할 수 없는 삶의 중요한 난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학창시절에 이 중요한 난제들을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각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남겨둔다. 사적인 영역에 남겨두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개인적으로 경험할 시간과 공간의 여유조차 앗아가 버린다. 살아남기 위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앞서가려면 시간이 없으니 그렇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답도 없는 고민들은 삭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꽃친은 그것을 되살린다. 그래서 우리가 매년 3월 힘들고 혼란스러운 것이다. 


안다. 알면서도 힘들다. 아이들이 첫사랑에 힘들어할 때 그것을 겪어내는 것이 앞으로의 삶에 이로울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함께 아파하게 되는 부모들의 마음이 이런것이 아닐까 감히 빗대어 생각해본다. 


SOS를 요청했다. 3기 친구들의 3월 회고 중에서 고민 부분만 요약 정리하여 1, 2기 꽃친 선배들에게 톡으로 보냈다. 지금 3기 친구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선배로서 도움의 말을 주면 좋겠다고. 각자 바쁜 삶으로 돌아간 친구들인지라 얼마나 답을 해줄지 반신반의 하면서도 일단 요청해보았다. 


오후가 지나면서 답장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했다. 다소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조차 답을 보내주었다. 동생들의 고민이 너무나 와닿았기 때문일까. 너무 뻔한 대답이어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보내주었지만 하나도 뻔하지 않았다. 절실한 공감과 소소한 팁이 가득한 대답들이었다. 나는 실패했지만, 혹은 실패를 여러번 경험한 후에야 성공했지만 이렇게 한 번 해보기를 추천한다라는 빼곡한 답들을 보며 지금의 3기 친구들은 분명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게 될 것이다. 최소한 뭔가를 다시 시도해보고 싶은 용기와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말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그 답장들을 받아본 내가 힘을 얻었다. 그래, 작년에도 제작년에도 3월엔 우리 다 같이 헤매고 혼란스러웠지. 하지만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며 우리 모두 조금씩 성장했었지. 아니, 내가 아는 것보다 너희들이 더 많이 시도하고 실패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조금씩 자라갔구나. ‘지나고나니 그런 것들이 참 의미가 있었다.’라는 말, ‘지금 당장 조급해할 필요 없다’라는 말이 아이들의 글에서 자주 발견된 것이 나에게 큰 힘과 꽃친 운동을 계속해나갈 지도가 되어주었다. 3년 정도 되면 눈 감고도 이쪽 길입니다~라며 인도할 줄 알아야 하는데 아직도 함께 길을 헤매며 지도를 자꾸 뒤적이는 나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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