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하나도 하나도 아무것도 미안하지가 않아서
지난 주말 ‘더 글로리’를 보기 시작했다. 한 편씩 아껴보겠다고 다짐하고 시작하였으나, 그만 밤을 새우며 한 숨에 여덟 편을 다 보고 말았다.
연기라는 것을 알고 보는데도 문동은이 당하는 폭력을 보는 것은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피해자의 고통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경찰서에서조차 가해자들이 더 당당하고, 담임교사는 오히려 피해자를 정신병자로 몰아가며 가해자들과 똑같이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에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폭력의 주동자 박연진은 18년 만에 만난 문동은에게 여전히 폭력을 행사하고, 윽박을 지르고, 협박을 하면서 변하지 않는 악랄함을 보여준다.
그때에도 지금도 미안하다는 말은 없다.
오히려 박연진은 당당하다. “진심 어린 사과 뭐 그런 거 받자고 이러는 거 아니지?”라면서...
진정한 사과
사과라는 것이 과연 힘이 있을까? 사과를 한다고 해서 무언가 달라질까?
큰 잘못이든 작은 잘못이든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발을 밟고도, 자동차 사고를 내고도,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고 나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러 사건의 당사자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의외로 금전적 보상이 아닌 사과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금전적 보상 액수가 크지 않아 소송을 진행할 경제적 실익이 없는데도, 상대방이 사과를 하지 않아서, 미안해하지 않아서,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더 뻔뻔하게 나와서 등의 이유로 돈이 얼마가 들던지 소송을 하겠다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이런 분들이 모두 경제적으로 윤택해서 이런 결정을 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면,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경우, 즉 소송까지 진행되지는 않거나, 훨씬 적은 금액으로 합의가 되었을 텐데 하는 경우도 정말 많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초보운전 시절 골목길에서 주차를 하다가 사고를 낸 적이 있었다. 상대방 차에는 아무런 연락처도 없고, 골목길이라 달리 관리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차주를 찾을 수가 없었다. CCTV도 없는 골목에, 당시는 블랙박스도 없을 때라 나만 모른 척 도망가면 끝인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럴 수는 없어서 ‘주차 중에 사고를 냈다. 죄송하다. 연락처가 없어서 연락처를 남기니 연락 달라’는 내용으로 쪽지를 남겼는데, 2~3일이 지나고 나서야 연락이 왔다. 그런데 상대 차주는 내게 화를 내거나 수리비를 달라고 하기는커녕 오히려 쪽지를 남겨주어서 고맙다면서, 자신의 차량은 노후차량이라 크게 표시도 나지 않으니(고맙게도 이렇게 말씀해 주셨으나, 사실 표시가 꽤 나는 상황이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다. 수리비를 드리겠다고 해도 한사코 거절한 것도 모자라 자신이 바로 연락해주지 않아서 걱정했겠다면서 거꾸로 내게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하셨다.
사과에는, 진정한 사과에는 분명히 힘이 있다.
다만 사과는 ‘미안해’라는 말만 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미안해’ 뒤에 붙는 말들, ‘그러니까 이제 됐지?’, ‘사과도 했는데 뭘 더 어쩌라고?’, ‘그런데 니 잘못도 있지 않니?’ 따위의 말이나 이런 식의 태도는 절대 금물이다. ‘미안해’라고 하지만, 하나도 하나도 미안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런 사과는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이럴 거면 그냥 하지 말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
모든 일에 때가 있듯이 사과에도 때가 있다. 늦지 않게 하자.
18년이 지나서도 사과하지 않는 가해자들에게, 문동은의 복수가 꼭 성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