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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예지 변호사 Feb 20. 2020

나의 사랑, 나의 현빈, 송중기, 김수현, 강동원...

대한민국 기혼여성이 드라마에 빠지는 이유


조금 늦었지만 ‘사랑의 불시착’을 보고 있다. 


아아아... 현빈님, 그 분은 이렇게나 멋있어도 되는 것일까!

홀딱 빠져 한껏 미소를 지으며 그 분을 바라본다.      


현빈님을 만나기 전에는, ‘동백꽃 필 무렵’의 촌므파탈, 용식이 강하늘에게 홀딱 빠졌었고, 그 이전에는 3년이나 늦게 ‘도깨비’를 보고 공유님에게 홀딱 빠진 후 아직까지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도깨비를 어떻게 이겨유~).    


그 뿐이랴.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님, 송중기를 바라보며 군복이 이렇게까지 멋있을 수 있는지 처음 알았고,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님의 시크한 매력은 이후 ‘리얼’이 뒤통수를 후려갈겨도 그 사랑을 멈출 수 없게 하였다.      


물론 나의 영원한 1등 배우 차승원님은 늘 잊지 않고 있으며, 그와 각축을 벌이는 강동원님도 늘 나의 뇌와 심장 한 구석에 저장되어 있다.   

   

이러다가는 나의 사랑 그 분들이 끝도 없이 나올 것 같다. 그만 풀어놔야겠다.      


늘 우스개소리로 기혼여성이 법률상 책임 없이 맘껏 사랑할 수 있는 그 분들이 계셔서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우스개소리처럼 얘기하지만 이 것은 진심이다.      


나의 결혼생활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지만, 그 것과는 별개로 ‘연애’를 시작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그 ‘설레임’이라는 신묘한 감정을 종종 느끼고 싶다. 오래오래 타고 있는 숯불도 좋지만, 가끔은 화르르르 타오르는 불꽃을 쬐고 싶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그 잠깐의 ‘설레임’은 배우자와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온 시간과 감정에 비하면 티끌만큼도 되지 않고, 그 잠깐의 ‘설레임’ 때문에 나의 결혼생활을 무너뜨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더욱이 그로 인해 나의 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다. 그로 인해 법적인 책임도 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TV를 본다. 아름다운 그 분들이 알콩달콩 사랑하는 이야기에 대신 만족을 느낀다. 내가 실제의 누군가를 만나도 현빈만큼, 송중기만큼, 강동원만큼 아름다운 자를 만날 수는 없다는 것은 99.9% 확실하니, 이 것은 남는 장사다.      


그렇게 드라마라는 ‘환타지’에 열광하게 된다. 한국 드라마 만만세다(물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작가들의 창조한 새로운 세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그 것이 드라마를 보는 첫 번째 이유다. 부차적으로 설레임까지 있다는 이야기다. 오해하지 마시길).           


다만, 자신은 환타지 속 현빈보다는, 내 옆자리 직원에게 더 설렌다는 친구들도 있다. 물론 그런 성향이라고 해서 모두가 외도를 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아슬아슬한 썸 정도는 즐기는 경우들을 봤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현빈에게 홀딱 빠져버린 것처럼, 사람 감정이라는 것이 내 맘대로 조절되는 것이 아니어서, 그 썸이 외도로 이어지기까지 하는 것이 문제다(물론 나는 썸도 외도1단계라고 본다). 그리고 그 외도는 대부분 법률적인 분쟁을 불러온다. 그 법률적인 분쟁과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의, 치유되지 않는 마음의 상처까지도...     


이혼 사건을 담당하다보면, 50% 정도는 외도가 직접적인 문제다(폭언·폭력, 시가·처가 문제, 성격차이, 경제적 문제 등 다른 문제에 외도까지 겹친 경우까지 더하면 더욱 많다). 아무리 그 동안 부부사이가 나빴던 경우라도 배우자의 외도는 상대방에게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상처를 준다. 심지어 부부관계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음에도 외도를 한 경우들도 꽤 많은데, 이럴 때 상대방이 받는 충격은 정신을 파괴하고 일상을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하다. 그런 의뢰인들을 지켜보기만 하는 나도 힘들 정도이니, 당사자의 마음이 어떨지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설령 배우자의 외도 후 이혼에 이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과연 그 짧은 설레임 때문에, 상대방을 파괴하기까지 해야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간혹 ‘간통죄’가 사라졌으니, ‘외도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간통죄 폐지는 간통을 ‘형법’의 영역에서 ‘국가’가 ‘처벌’하던 것을 더 이상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이다. 그와 별개로 부부 사이의 혼인계약과 그 계약위반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의 ‘혼인제도’는 ‘1부1처제’를 따르면서, 배우자에 대한 ‘정조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혼인계약위반’이 되고, ‘외도’를 한 당사자는 (더하여 외도의 상대방인 상간자 역시)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위자료)을 하여야 한다. 나아가 대법원은 그 계약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가 먼저 계약의 해지, 즉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이를 ‘유책주의’라고 한다. 참고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는 사실만 있으면, 그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어느 쪽이든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을 ‘파탄주의’라고 한다).

      

또한 사실혼의 경우에도 외도로 혼인이 파탄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사실혼 관계를 끝낼 수는 있는 것과는 별개로(이 것이 법률혼과의 차이이다), 그 파탄에 대한 책임, 즉 손해배상책임(위자료)은 인정하고 있다.


즉, 법률혼이든 사실혼이든 혼인제도가 ‘1부1처제’를 택하고 있는 한, 외도는 ‘불법’이다(이는 유책주의든 파탄주의든 같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가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 ‘법’의 영역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지켜야 할 것이 있지 않나.

부모자식사이에도, 부부사이에도, 친구사이에도 ‘신의’라는 것이 있다. 

더욱이 한평생 사랑하겠다고 특별히 약조를 하면서, 굳이 스스로 ‘혼인’이라는 제도로 걸어들어왔다면, 그 ‘신의’를 지키는 것은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사고처럼 감정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고라는 변명을 하기 전에, 노력을 좀 해보면 어떨까(박원은 '사랑을 노력한다는게 말이 되니'라고 물었지만, 말이 된다. 아주 몹시 매우 말이 된다). 그런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다짐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조금 더 엄격하게 자신을 통제해보면 어떨까(본인에게 그렇게까지 관대해지지 마시라). 설사 다른 감정이 생겼더라도 참고 억누르는 노력은 끝까지 해봐야하지 않을까. 사랑은 그런거다.      


환타지의 세계로 오셔라. 많은 아름다운 분들과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많은 분들이 환타지만으로도 만족하며 잘 살고 있다.      


‘외도’는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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