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 be there.
(스포일러 경고 : 본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 및 결말이 나와 있습니다)
K관 재개관 기념 상영작은 별다른 논의를 할 필요도 없이 우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Dreamgirls”로 결정!! “Dreamgirls”는 정말이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보고 또 보아도 매번 좋아서, “K관”의 시스템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기념으로 본 것은 물론이고, 언제든 누구든 “볼까?”하면 보게 된다.
“Dreamgirls”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노래가 한 곡도 빠짐없이 모두 좋기 때문이다. 한 곡 한 곡 노래 자체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영화의 내용에도 딱 맞게 배치되어 특별한 설명 없이도 노래 그 자체로 스토리 진행이 되면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가수라는 특성상 많은 노래들이 무대에서 불리는 설정인데, 그 무대연출 역시 실제 공연 같아서 넋을 잃고 보게 만든다.
우리는 노래가 나오는 장면만 골라서 보기도 하는데(조금 과장하자면 수 십 번은 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OST만 들어도 영화의 모든 장면이 떠오를 정도이다.
“Dreamgirls”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디나(비욘세)가 부른 “Listen과, 에피(제니퍼 허드슨)가 부른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이지만(물론 나 역시 이 두 곡을 정말 좋아한다. 아니 “Dreamgirls”에 나오는 모든 노래를 모두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최애곡은 단연코 “Steppin’ to the bad side”이다.
C.C.(작곡가 겸 안무가, 에피의 남동생)가 작곡한 “Cadillac Car”로 승승장구를 하던 주인공들, 그러나 그들의 성공은 흑인방송국에 한정될 뿐이었고, 노래가 인기를 얻자 한 순간에 노래를 백인 가수에게 빼앗긴다. 이에 매니저인 커티스(제이미 폭스)는 각성(?)하여 나쁜 짓을 해서라도 성공을 하겠다고 결심, 도박으로 돈을 만들고 그 돈으로 라디오 디제이들에게 뇌물을 주어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곡의 연출은 ① 노래를 빼앗기고 화를 내는 C.C. 에게 각성한 커티스가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했던 흑인가수들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② 돈을 만들기 위해 운영하던 중고차샵(커티스는 원래 중고차 판매상이었다)의 모든 차들을 파는 장면(‘real money’가 필요하다는 마티의 말에, ‘이게 뭘로 보여?’ 라며 자동차 열쇠를 던지는 커티스, 그 뒤 걸려 있던 열쇠들이 점점 사라지는 장면연출은 이 곡의 시동을 걸며 심장을 뛰게 한다), ③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도박장에 가서 돈을 따는 장면, ④ 뇌물을 주거나 뇌물을 준 장부를 보여주는 장면, ⑤ 춤을 연습하는 장면(여기까지의 모든 장면들을 연출하면서 감독은 노래의 박자, 특히 노래의 ‘우~우~우~’하는 부분의 박자를 영리하게 이용하는데, 정말이지 ‘이 감독 천재인데!!’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⑥ 라디오 디제이가 곡을 소개하는 장면 ⑦ 무대에서 노래하는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진행이 말 그대로 물 흐르듯 하여 구구절절 말로 설명하는 장면 없이도 노래와 장면의 전환만으로도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몰입감을 높인다(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괄호가 난무하여 글의 몰입감을 떨어뜨린 점 이해 바랍니다 ^^;;).
게다가 탬버린을 들고 추는 댄서들의 춤은 물론 고조되는 노래에 맞추어 댄서들이 서있는 무대가 엘리베이터 올라가듯 3단으로 변신하도록 만든 무대연출까지 너무나 화려하고(비욘세는 무대장치를 집에 가지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힘이 있어서, 고조되는 스토리에 방점을 찍는다.
노래와 춤, 무대연출에 아래에서 말하듯 의상까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덕분에 이 무대는 정말이지 너무나 감격스러울 정도로 멋져서, 몇 번을 봐도 볼 때마다 숨을 멈추고 보게 된다.
덕분에 이 곡의 무대가 끝날 때 무대 뒤에서 대성공을 예감하며 주먹을 쥐는 커티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면서(그렇다 이 곡은 전지적 커티스 시점이다), 나쁜 짓 까짓 거 좀 하면 어때라고 슬쩍 나를 내려놓기도 한다.
“Dreamgirls”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주인공들의 화려한 의상이다.
의상 역시 영화의 스토리에 따라 변하는데, 에피, 디나, 로렐이 첫 등장인 “Move” 무대에서 입었던 주황색 드레스는 (물론 예쁘지만) 조금은 촌스럽고 아마추어 같았다면, 지미의 백업 보컬이 되고 무대가 거듭될수록 의상은 점점 세련되어진다.
의상의 세련됨이 절정을 이루는 건 (나의 편애일지도 모르겠으나) 역시나 “Steppin’ to the bad side” 무대에서다(영화 포스터에도 나오는 의상이다). 이 무대에서 지미(에디 머피)는 광택이 있는 은색 턱시도를, 드림메츠(에피, 디나, 로렐로 이루어진 그룹)는 그녀들이 움직일 때마다 함께 춤을 추는 것 같은 반짝거리는 빨간 드레스를 입었는데 그 의상이 노래, 춤과 함께 완벽히 맞아떨어지며 “잘 봐! 우린 이런 멋진 사람이라고”, “이런데도 니들이 반하지 않고 배기겠어?”라고 하는 것 같다.
이 외에도 각 곡에 무대의상들은 말 그대로 그 곡에 안성맞춤이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대의상 외에도 디나(비욘세)가 입고 나온 의상들이 모두 너무 세련되고 예뻐서(비욘세가 입어서 예쁜 것일까 ^^;;;), 시대 배경이 1960년대~1970년대임에도 따라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와 달리 남편의 최애곡은 에피, 디나, 로렐 세 ‘소녀’가 더 이상 지미의 백업그룹인 “Dreamettes”가 아닌, “The Dreams”로 자신들만의 무대를 시작하면서 부르는 노래인 “Dreamgirls”이다.
이 노래의 첫 시작 장면에서 디나는 바비인형과 같은 자태로 등장하는데(나와 남편은 늘 이 노래가 나오면 손을 번쩍 들고 있는 디나의 포즈를 따라 한다. 우리 부부의 취미생활이랄까, 놀이랄까), 정말이지 말도 못 하게 예뻐서 그룹의 메인보컬을 노래’만’ 잘하는 에피에서, [노래’도’ 잘하지만(에피가 지나치게 잘하는 것일 뿐)] 예쁘고 날씬하고 모든 소녀들이 ‘동경’하게 될 디나로 바꾼 커티스의 선택에 수긍하게 된다.
오르골에 얹혀 있는 인형처럼 나타난(원형 무대가 돌면서 등장하는데, 그 모습이 꼭 오르골 같다) 그녀들이 “Dream Girls will never leave you~ we’ll be there~”라고 노래한다. 왠지 모르게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은 희망을 얻는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디나의 그룹도 끝을 맞는다.
“We didn’t make forever~ we have to say good bye~”라고 노래하면서.
나와 남편은 걸그룹을 좋아한다. “소녀시대” 이름외우기 대결로 시작한 걸그룹 사랑이 “뉴진스”까지 이어지고 있다(라고 하지만 “뉴진스” 멤버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 어느 순간부터 멤버들 이름외우기는 쉽지가 않다). 영원할 것 같던 그룹들이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을 볼 때마다 매번 아쉬운 마음이 크다(그런 의미에서 소속사가 달라졌어도 팬들을 위해 함께 해준 “소녀시대” 고마워요~~).
영화 속이지만 “The Dreams”의 해체 역시 몹시도 서운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마치 현실처럼 다가온 것일까, 남편과 나는 해체는 하지 말고 소속사를 옮기든 할 수는 없었을까라며 몹시도 현실적인 방안들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기도 했다.
나만의 목소리를 찾겠다면서 커티스를 떠난 디나는 그 뒤 어떻게 살았을까?
그룹에서 쫓겨나고, 자신의 노래를 빼앗겼다 되찾은 에피는 재기에 성공했을까?
커티스는 디나가 떠난 뒤에도 레인보우레코드를 잘 이어갔을까?
에 대한 더더욱 현실적인 얘기들까지도…
“We’ll be there~”라고 노래하며 시작한 그녀들이, “In my heart, You’ll be there~”라고 노래하며 끝을 맺었다.
한 편의 영화가 벌써 20년 가까이 나와 남편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그녀들의 마지막 인사처럼 그녀들 역시 우리 마음속에 계속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