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예술

by 권예지


모처럼 호제와 함께 등원하는 날이다. 등원시간이 임박했다. 나는 여기저기 왔다 갔다 거리느라 분주하다. 호제는 천하태평이다. 입에 칫솔을 넣고 레고 차를 만들며 돌아다닌다. 나의 속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양치를 끝낸 뒤, 이제는 현관으로 가서 무언가를 한다. 슬쩍 보니 자전거를 옆으로 눕혀 놓고, 자기만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아주 열심히다.


‘멀쩡히 서 있는 자전거를 왜 눕힐까. 뭘 하는 걸까. 준비를 어서 끝내고 놀지, 좀!’이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참을 인을 그리며 참았다. 나의 외출 준비나 어서 끝내자 싶어 다시 이 방 저 방을 다녔다.






호제가 현관에서 외친다.


“이리 와봐!!!!!! 이리 와봐!!!!!

엄마, 할머니! 이리 와봐!!!!!”


나의 아침 시간은 속절없이 한없이 빠르게만 흘러가는데, 호제의 시간은 그렇지 않은 가보다. 공간은 같지만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엄마와 나는 호제가 있는 현관으로 갔다. 호제는 아주 호기롭게 자전거와 함께 포즈를 취하며 재잘재잘 설명한다.


“이거 봐봐. 이거 어쩌고 저쩌고.”

나는 속이 다시 한번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호제야, 이제 준비하고 나가자’라고 말하려던 때, 말랑 할머니가 도레미파솔라시도 중 솔톤으로 말했다. 그것도 리듬감을 가지고.


“엄~ 훠~ 우리 호~ 제~ 행위예술을 하고 있구나.”


이 말을 남긴 채 말랑 할머니는 다시 외출준비를 하러 갔다. 더 신난 호제는 소품을 가져와 자전거 옆에 뒀다. 호제는 뿌듯한 마음을 안고 등원차량을 타러 나와 함께 나갔다.





이 날의 1-2분도 채 안 되는 순간이 자주 생각난다. 특히 호제에게 한 소리한 날에는 더더욱 떠오른다. 내가 나의 엄마만큼의 엄마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행위예술이라니. 행위예술이라니. 신발과 뒤엉킨 자전거를 보고 행위예술이라 말하다니. 와, 멋진 나의 엄마다. 이럴 때면 내가 가진 단어 주머니가 컸으면 좋겠다. 멋지다는 말보다 더 멋들어진 말이 필요하다.


같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과 마음. 그리고 표현하는 힘. 내가, 그리고 호제가 어떤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표현한다면, 그건 8할이 말랑씨 덕분이다.


고마워요, 말랑씨!


행위예술을 하고 있구나!



덧,

8세 호제는 우주를 담은 가방을 만들어

등에 붙인 뒤, 말랑 할머니 손을 잡고

거리를 활보했다.


내 등에 우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