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업을 폄하할 때
호제가 책가방을 싸는 도중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며 그린 그림종이를 발견하고 나에게 물었다.
“엄마, 이거 우주선 같아?”
“응! 완전 우주선이네! 나로호 같아!”
호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곧장 샤워 중인 Y에게 달려갔다. 나도 호제를 쫓아갔다.
“아~(흐)~빠~아~(흐)!!!! 엄마가 이 그림 우주선 갔댔어! 으아아 앙~~~. 난 미사일 그렸는데… 친구들도 우주선 같다고 놀렸단 말이야. 엄마도 우주선 같대. 으아아 앙. “
Y는 재빠르게 나와 호제 그림을 봤다. Y는 어떤 미사일 이름을 언급하며, 그 미사일과 닮았다고 말했다.
“미사일 같네!! 호제가 자세히 그렸네. 특별하게 그린 거야. 그 친구는 모르는 미사일 모양이었을 수도 있어.“
나는 이 상황을 무마하고 싶어 급히 얘기했다.
“호제야, 미사일이랑 우주선이랑 닮았어. 미사일 우주선도 있어! 이렇게 생긴
미사일도 있잖아! 각자 본 게 달라서 그럴 수 있어.”
(미사일 우주선이 웬 말이냐.)
호제는 속상했던 상황이 몰아쳤는지, 자기가 그린 그림을 인정해주지 않았던 순간을 쏟아냈다.
“총도 총 같이 안 그렸대. 전투기도 전투기 같지 않댔어. 너무 속상했어. 그래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어. 눈이 이렇게 빨개졌었어. 준빈이는 이런 내 마음을 알아챘어. 준빈이는 내 마음 전부를 다 알아.”
Y는 대뜸 “호제도 친구들 마음 많이 읽어줘?”라고 물었다.
호제는 눈을 껌뻑껌뻑 거리더니 “아니”라고 답했다. 하하하 아들아.
결국 셋은 식탁에 둘러앉아 전투기 그리기를 시작했다. Y는 혁신을 얘기했다.
“호제야, 혁신이란 건, 새로운 건, 익숙하지만 다른 것에서 시작해. 앞으로의 세상은 이런 게 중요해질 거야. 호제가 그린 것이 바로 그런 거야.
뻔히 누구나 알고 있는 미사일 말고, 미사일인지 모르는 것들이 더욱 중요해질 거야.
그리고 지금 호제가 그리는 전투기. 아주 섬세하게 잘 그렸어. 옆에서 전투기를 보면 정말 이렇게 양 날개가 다 보여.”
그러고는 유튜브에서 전투기를 찾았다. 정말 호제가 그리는 그대로였다.
호제는 친구가 그린 전투기는 이렇게 생겼다며 우리에게 그려 보여줬다.
나는 서로가 갖고 있는 전형(prototype)의 다름을 말해주고 팠다.
”친구가 생각하는 전투기와 호제가 생각하는 전투기가 다를 수 있어. 친구가 봤던 전투기와 호제가 본 전투기는 다를 수 있거든. 친구는 옆모습을 그렸네. 장난감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모양이네. 호제는 다른 각도에서 보고, 전투기가 날면서 살짝 기울어진 부분을 본 것이기도 하잖아. 우리 계룡 군사문화엑스포 가서 보기도 하고, 전쟁기념관 가서 타보기도 했잖아. 다양한 전투기가 있었잖아.
그리고 나랑 다르다고 뭐라 하는 사람을 앞으로 많이 만날 텐데 그럴 땐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면 돼.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고 말하면 돼. 물론 마음이 속상할 수 있어. 하지만 다르구나 생각하면 좀 나아져.“
Y는 덧붙였다.
”아빠는 남의 시선, 남이 말하는 거에 엄청 신경 썼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는 것 같아. 호제가 생각하는 거 그려. 호제가 섬세하게 특징을 잘 잡아낸 거야. “
호제가 이어 말했다.
“내 그림 이상하다고 친구들이 말할 때, 나 어떻게 한 줄 알아? 속상해서 (입을 앙다문 모양을 하며) 이렇게 말을 안 하기도 하고, ‘응, 그래’라고 하기도 했어.“
친구들의 “너 틀렸어”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에 힘주고 A4 용지 하나 가득을 채우며 그렸을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짠해졌다.
좀 다르면 어때. 똑같은 걸 그려낼 필요는 없다. 여전히 학교는 입시를 앞두고, 똑같은 내용을 누가 누가 더 잘하느냐를 평가해 줄 세우기를 한다.
학교를 떠나면, 지금까지 나온 대안 말고, 다른 대안 갖고 오라고 여기저기 난리다. 그러니 좀 달라도 괜찮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만나보는 신선한 경험을 기꺼이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