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예지 Jul 13. 2024

메시와 외할머니 셀리아, 호제와 말랑 할머니


  

메시는 호제가 좋아하는 축구선수 중 한 명이다. 메시가 나오는 영상을 샅샅이 보고 있다. 그중 꾸준히 보는 영상은 바로 메시의 성장 스토리다. 달빛부부 채널의 “12살에 키가 멈춰버린 메시...기적 같은 1900억 원의 여정”이다. 메시의 성장에 외할머니(셀리아, Celia)가 지대한 영향을 줬다는 내용이 초반부터 등장한다.

  

달빛부부 채널 “12살에 키가 멈춰버린 메시…기적 같은 1900억 원의 여정”


  

호제가 나에게 영상을 같이 보자며 말했다.

“이거 같이 보자. 메시랑 외할머니랑, 꼭 나랑 할머니 같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그럴까, 싶어 옆에 앉아서 봤다.

 





장점을 발견하는 메시의 할머니와 말랑 할머니

  

“메시가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건 할머니의 오지랖 덕분이었습니다”라는 자막이 맨 먼저 나왔다.


메시가 4살이던 때, 외할머니는 메시의 손을 잡고 유소년 팀에 데려가 팀에 메시를 넣어달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감독은 체구가 작아 안 된다고 말했다. 팀원 중 부상을 당해 한 명이 빌 때, 메시의 외할머니는 이때다 싶어 메시를 선수로 넣어달라 했다. 이를 계기로 메시의 소질을 알릴 수 있게 됐다.


말랑 할머니도 호제의 장점을 매우 잘 잡아낸다.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의 호제를 칭찬하고 끌어안아준다. 그렇다고 유하지만은 않다. 말랑 할머니가 단호할 때, 화날 때 얼마나 무서운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그래서 말랑 할머니의 달달한 말은 효력이 있다.

 

DALL E3 구동





함께 다니는 시간

 

메시의 외할머니는 축구 경기를 항상 따라다니고, 영상 촬영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남겨진 영상은 상당수가 외할머니가 촬영하신 거라고.


말랑 할머니도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에 호제가 펜싱대회를 갈 때면, 지금껏 함께 했다. 주로 먼발치에서 호제의 경기를 봤다.


등하교는 물론 학원의 오고 감도 말랑 할머니의 손을 잡고 오고 가며 연습했다. 이제 호제는 슬슬 독립하고 있다. 혼자서 씩씩하게 다니는 길이 늘었다.






할머니의 맛있는 쿠키


메시의 외할머니는 메시가 골을 넣을 때마다 쿠키를 구워줬다. 외할머니의 쿠키가 맛있어, 배 터질 때까지 먹고 싶어 작정하고 12골을 넣고 온 날 쿠키를 남김없이 먹기도 했다고 한다.


호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랑 할머니의 음식은 바로 감자전! 강판에 감자를 갈아 수분을 제거할 정도의 밀가루 한 스푼을 넣어 노릇노릇하게 구운 감자전. 1일 1 감자전을 할 시절도 있었다.





 

기쁨을 뽐내고, 속상하면 품에 안기고

 

 메시의 골 세리모니는 하늘에 계신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하늘 위로 양손의 검지 손가락을 올리는 대표 세리모니가 있다.


어릴 적부터 축구경기를 따라다니며, 외할머니는 어린아이의 얼마나 많은 짜증과 기쁨, 슬픔과 분노를 만났겠는가.


호제 역시 학교에서 기쁜 일이 있으면, 할머니를 보자마자 자랑한다. 화나는 일이 있으면 바로 혹은 조금 지나서 할머니에게 풀어놓는다. 말랑 할머니는 호제에게 때로는 대나무숲이, 때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된다.





  

메시 외할머니와 말랑 할머니는 다를 것이다

  

메시의 외할머니는 메시가 성공한 모습을 못 보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메시와 메시의 외할머니가 본인과 말랑 할머니와 닮은 것 같다던 호제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엄마! 나랑 할머니랑은 메시랑 메시 외할머니랑 달라!”


“응? 왜? 비슷하지 않아? 호제 어릴 때, 말랑 할머니가 백화점 문화센터도 아기띠 하고 가셨어.”


“아니야! 달라! 우리 할머니는 안 죽어. 메시 할머니랑은 달라!“

  




호제는 말랑 할머니의 불로장생을 기원했다. 따스한 어른 한 명만 있어도 상처 난 마음에 새살이 돋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했다. 엄마아빠 때문에 속상하고, 사회생활이 힘들면 말랑 할머니에게 투정도 부리고, 폭 안기기도 하는 호제.


이제 자아도 강해지고, 독립하는 영역이 늘어나며 말랑 할머니와의 관계는 새로운 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제는 여전히 말한다.


“말랑 할머니는 안 죽어.

메시 할머니랑은 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