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이 두고 간 화분

춘천 ‘아글라오네마’

by 원예진

내가 우리 동네에서 가장 처음 좋아한 공간은 이곳이다.

카페 또간집 1위,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시작하고 걱정, 기대감으로 부푼 시간들을 달래주던 따스한 공간.


아글라오네마는 식물이름인데 영화 ‘레옹’에 나온 식물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틸다에게 레옹이 가장 안전한 어른이자 단단한 존재였던 것처럼 나에게도 이 공간은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줬던 것 같다.


이곳의 보물은 뭘까, 아글라오네마 식물이 정말

이 안에 있을까?





단단하고 따뜻한 공간답게

입구부터 작은 떠돌이 여행자들을 위한

배려도 보이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품은 이곳이

마치 레옹의 보금자리처럼 느껴졌다.





안쪽에는 레옹의 방이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작은방, 작은 모니터에서 소리도 없이 흘러나오는 영화가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방문했을 때는

다음 이곳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책과 함께 놓여있는 레옹의 안경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곳이다.


레옹이 초록색 책을 읽었을까

작은 가방 속에는 총이 있을까

러그를 말아둔 이유는 뭘까


| 공간의 보물 |





레옹의 낮은 아몬드 라테와 잘 어울렸다.

적당히 달달하고 고소한,





해가 저물어갈수록

이곳의 매력은 극대화된다.

따뜻하다고만 생각했던 곳이

일렁이고 오묘한 분위기를 품기 시작한다.





이곳의 밤은 낮보단 한층 무거워진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기도,

숨고 있는 것 같기도 한

하루를 정리하기 딱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아글라오네마가 눈에 들어왔다.





흑백영화가 잔잔히 흘러나온다.

작은 변화들도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이곳에서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끝냈다.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에는

카야토스트와 씁쓸한 아메리카노가 잘 어울렸다.


화분은 말이 없지만 천천히 자라나듯

나 역시 조용히 이 공간을 문득문득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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