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하게 쌓인 사진을 보며

by 원예진

눈이 부시게 멋진 광경이 펼쳐지면 나는 잠시 감상하고 휴대폰을 꺼내든다. 멋지고 좋은 걸 보면 사진으로 담기 급급했던 것 같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기억을 더듬는 도구로 활용했고,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말처럼 훗날 열어보며 그 순간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나고 보니 사진을 보며 추억하는 시간은 없었고, 그렇게 한 겹 두 겹 의미를 잃은 사진들만 가득 쌓였다.



나는 왜 사진을 찍으려 한 거지. 무엇을 담고 싶었던 걸까

이런저런 이유 말고 그냥 솔직하게 생각해 보면 내가 발견한 예쁜 순간을 멈추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찍는다는 행위를 포함해서 ‘나’라는 집합체를 꾸며주고 싶었던 것 같다.



딱 그 정도의 이유라도 충분히 찍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지나고 의미가 사라져 버릴 사진이라도 찍는 그 순간은 의미가 있는 거니까.

나는 오늘도 사진을 찍고, 내일도 사진을 찍을 것이다.



일본에서 (1)
일본에서 (2)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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