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지 5개월 정도가 흘렀다. 나는 운이 좋게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입사를 했다. 그래서 처음 겪어보는 공백이 어색해서 어떤 것을 해야 할지, 푹 쉬어도 되는 건지, 얼마큼 쉬고 다시 일을 하는 게 좋을지 이런저런 고민이 머릿속을 채워가고 있다. 비워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 쉼을 택했지만 다시 채워야 할 고민을 해야 하는 처지라니! 이 어렵고 힘든 것을 다들 잘도 하며 사는구나 대단하게 느껴진다.
다시 ‘일’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 찾아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들던 초반의 나와 달리 이것저것 따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세상에 완벽한 직장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나와 잘 맞는 곳을 고르고 골라야 하지 않을까. 나는 직장과 일을 단순히 경제적인 수단으로 보지 않고 그것을 통해 뿌듯함과 성과를 얻고 싶었다. 내가 하는 일이 무언가에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걸까. 의미 없는 일로 느껴지면 열정이 급격하게 식어버린다. 업을 경제적인 수단으로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나와 타협이 잘 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건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나의 철칙일 수도 있다. 어릴 때 부모님의 갈등 원인은 대부분 돈이었다. 친적들끼리 묘한 눈치를 보던 원인도 돈이었다. 나는 절대로 돈을 따라가지 말아야지. 돈이 된다고 다 하지는 않을 거야. 무엇보다 돈 때문에 관계를 흐트러뜨리지 않을 거야! 그런데 돈이 없으면 사람이 자꾸만 쪼그라든다. 하고 싶은 일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누군가는 망하더라도 도전이라는 것을 해보라고 하지만 돈의 무서움을 아는 사람은 번지점프대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는 것처럼 선뜻 뛰어내릴 수가 없다.
여행지를 가거나 길거리를 지나다니면 카페와 소품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들어와서 내 취향 좀 둘러보고 가세요 하고 손짓하는 느낌. 자신의 것들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그런 곳들을 둘러보면서 만약 내가 나의 것을 만든다면 어떤 것을 만들 수 있을까를 상상해보곤 한다.
나의 것을 만들기 위해선 가장 먼저 내가 뭘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나는 뭘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취향은 어떤 것인지를 알아가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가 위로와 공감, 응원을 필요로 한다면 정말 열렬히 지지해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세상 가득히 존재하지만, 그래서 잊고 지내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하늘, 나무, 바다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과 글로 하는 기록도 참 좋아한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봤을 때 나오는 키워드는 #감정 #공감 #기록 #케어 #자연 #콘텐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좋겠다. 무작정 드는 생각은 나는 사진 찍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까 사람들의 이야기를 폼으로 받아서 읽고 느낀 감정, 생각, 위로, 응원의 말과 애정하는 사진을 온라인 엽서 or 아이패드용 굿노트 스티커&메모지 등으로 만들어서 함께 보내주는 서비스.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만, ‘나’라는 존재는 하나니까 내 방식대로 또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차근차근 기록을 쌓아서 기록되지 않는 기록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냥 막 던지는 중)
나의 것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