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이 먼저 정돈되면, 그 다음 스텝이 열린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한 지 1년 반이 흘렀다. 꽤 규모가 있는 곳이라 신우회 같은 모임이 당연히 있을 줄 알았다. 예전에는 신우회가 있었는데, 이제는 없어졌다고 했다. '원래 없었다'는 대답보다 더 슬픈 답변이었다. 이유는 찬양 인도를 하던 직원의 퇴사와 코로나 때문이었다고. 아, 내가 기타를 배워서라도 신우회를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만 했다.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이제 막 입사한 사원이 과연 이 모임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흐른 시간이 1년 반이다.
한 달 전, 친구들에게 신우회에 대한 마음을 또 나누게 됐다. 우리 회사에 신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떤 회의실을 예약하든 주변에 다 변호사님 실이 있어서 내 찬양과 기도 소리를 변호사님들이 싫어하실까 봐 괜히 걱정된다고 했다. 친구들은 일단 혼자서라도 회의실을 예약하고 기도해 보라고 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사람을 붙여주실 거라며 다른 사람들의 간증도 들려줬다. 그 말에 나도 도전을 받고 결단을 하게 됐다.
그렇게 며칠 뒤, 우연히 업무 때문에 34층 회의실 예약 현황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회의실이 '9월 기도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참석인원은 무려 18명. 와, 기도모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바로 연락을 드려보니 내가 생각한 그 신우회가 맞았다. 그렇게 그날 바로 신우회에 참석하게 됐다.
알고 보니, 없어졌던 신우회가 딱 지난달부터 다시 시작됐다고 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님이 입사하시고 바로 이 모임을 만드셨다고 한다. 아, 너무 감사해서 모임 내내 눈물을 계속 참았다. 함께 식사 교제를 하고, 찬양을 부르고,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날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그렇게 눈물이 났다. 너무 감사해서 그랬다. 내 삶은 여전히 엉망진창인데, 왜 하나님께서 나에게 이런 은혜를 주실까. 이해할 수 없었다. 하나님 앞에 보잘것없는 나에게 왜 이런 길을 열어주셨을까. 기도하는 마음으로 계속 이 생각을 하던 중, 하나님께서 깨닫게 하신 것이 있었다.
바로 그 주 월요일부터 나는 경건 훈련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매일 정해진 분량의 기도와 말씀, 큐티, 미디어 시간을 지키는 훈련이었다. 이런 장치가 없으면 직장인들은 신앙을 지키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덕분에 나는 아무리 피곤해도 매일 기도하고 말씀 읽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 그렇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일상이 먼저 정돈되면, 그다음 스텝을 여시는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거창한 일을 시작하기를 기다리시기보다, 먼저 우리의 일상을 정돈하기를 기다리신다. 내가 매일의 시간을 구별하기 시작하자, 그분은 나보다 먼저 움직이셨다. 내가 만들고 싶다고만 생각했던 신우회가, 내가 준비되었을 때 이미 준비되어 있었듯이. 내가 '혼자서라도 기도해 보자'는 도전을 품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이미 누군가의 마음에도 같은 불을 붙이고 계셨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길을 여시는 순간은, 우리가 먼저 일상 속 작은 순종을 회복할 때다. 내 삶의 질서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 이제 그 다음 스텝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하나님의 방법으로! 내가 생각지 못한 또 다른 은혜를 주시기 위해 주님은 지금도 일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