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글쓰기를 놓쳐서 연차를 못 받았다. 요즘 느끼는 건데, 매일 글을 쓰는 것은 나름의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특정한 주제 없이, 정해진 분량 없이, 어쩌면 글만 쓰고 단어만 추출해도 상관없는, 아주 쉬운 구조인지라 버겁지 않아서 좋다. 게다가 어떠한 감각들이 길러지고 있는 듯하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감각. 매일이 새로울 수 있다는 감각. 결과가 좋든 별로든 괜찮든 아쉽든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는 감각. 만사가 귀찮은 날에는 한 문장 정도 나올까 말까 하고, 생각이 많은 날에는 글도 살을 덧붙이며 길어진다. 맥락은 보통 기분을 따라간다. 이 글에서 무얼 말하고자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 감각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 수 있지만, 오히려 불확실하더라도 시도하며 믿어주는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나는 나를 믿는다. 그래서 남을 수용할 수 있다. 남을 너무 잘 믿으면 탈이지만, 나는 나를 의심하는데 도가 텄다. 그러니 괜찮다. 그냥 사람이 좋다. 가끔 정말 싫을 때도 있지만, 그러니 더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닐까. 사실 별생각 없다.
종교는 없지만 마치 수행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명상하는 것 같다. 삶이 흐른다. 미칠 듯이 화를 내도, 얼굴을 찌푸려도, 부끄러워도, 슬퍼도, 행복해도, 깔깔 웃어도, 아파도, 건강해도, 걱정이 많아도, 편히 쉬어도, 실수해도, 남의 실수를 덮어주어도. 뭘 해봐도 삶은 그냥 흐른다. 인생은 원래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건 기대가 컸던 게 아닐까 싶다. 세상에 원래라는 건 원래 없다. 삶은 마음대로 흐를 수 있다. 가끔 아닐 수도 있는 거고. 가끔이 아닐 수도 있는 거고. 다만 이런 초연한 마음은 혼자 있을 때만 먹고,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마치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몰입하는 것이 좋다. 내가 그런 삶에 행복을 느끼는 것을 알게 되어 참 좋다. 별 것 아닌 글을 쓰지만, 그럼에도 생각하는 힘이 늘고 있는 것 같다. 작년에 무언가 이것저것 해봤지만, 정말 잘했다고 느껴지는 건 뭐라도 쓰기 시작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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