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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굥 Aug 20. 2024

나의 X들에게

[2023년의 내가 2018년의 룸메이트에게]


프롤로그


흔히 X라고 하면 헤어진 연인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나에게 X는 같이 살았던 ‘룸메이트들‘이다.

서울살이 7년 차, 곧 있으면 첫 자취를 시작한다.

어떻게 7년이나 서울에 살았는데

자취 한 번 안해봤냐고?

그동안 지역 학사 3년

학교 기숙사 2년

쉐어하우스 2년을 살았다.

7년간, 10명의 룸메이트들과 함께했다.


용달차


자고 씻고 먹는 의식주를

함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함께 문제없이 살려면 하나씩 맞춰가며 살아야 했고

결국 내 꾸며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배려하고 맞춰가고 날 것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룸메이트를 통해서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

한 사람을 보내거나 떠나면,

또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게 되는 게

룸메이트는 연인과 비슷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의 내가 2018년의 룸메이트에게]


2018년, 서울에 처음 올라온 나는

3살 차이 나는 언니(S)와 함께 방을 쓰게 됐다.

당시 부모님이 함께 올라오셔서

지역 학사를 쓸고닦고 짐까지 풀어주셨다.

룸메이트 언니는 대학교 4학년으로

취준을 하고 있었다.


세상물정 몰랐던 때

”우리 딸, 서울이 처음이라
S학생이 잘 좀 도와줘요 .. 잘 부탁할게요.. “
라고 부모님이 S언니한테 말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언니는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한참 중요하고 예민한 취준생 시절, 서브웨이 알바까지 하면서  ‘나 스스로도 감당’이 어려울 때

옆에 철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룸메이트가 들어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언니가 처음에

학숙 구경도 시켜주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학숙 첫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기본적인 건 다 알려줬던 것 같다.

나름 언니랑 2018년 핫했던 홍대 곱창집까지 갔다.

언니랑 반년을 같이 살고,

언니는 취준을 위해 고향으로 내려갔다.


쉐어하우스

내가 언니처럼 취준했을 때(2023년)

쉐어하우스에 들어가게 됐다.

그때 이제 막 대학 입학하는

20살 학생(하우스메이트)과

그 엄마가 쉐어하우스에 짐 풀러 들어왔는데

나를 보면서 2018년의 우리 부모님처럼

똑같이 말하셨다.


”우리 00이 서울 생활 처음인데…

잘 좀 부탁할게요 … 애가 처음이라“


 이 말을 듣고, 나는 이 20살 하우스 메이트가

부럽기도 하면서 이 말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나는 이제 이사를 해도 (기숙사에서 쉐어하우스로) 엄마 아빠가 별 연락도 없으신데,

저 20살 애기는 엄마가 와서 짐 다 풀어주고,

옆에 있어 주고 부럽다… ’


그리고  추억 속에 묻혀뒀던 S언니가 떠올랐다.

그때 S언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누굴 챙긴다는 게 쉬운일이 아니구나

특히 그렇게 취준하면서 바쁜 시기에

선뜻 꼬맹이인 나랑 홍대까지 가서 밥도 사주고..

그 마음과 베풂이 쉽게 나오는 게 아닌데…

잘 지낼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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