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일? 가짜 일?

201808

by 타냐

진짜 일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시 10층 건물 에어컨 쐬며 모니터 앞에서 일하는 본부에서 나가서 국제개발 현장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진짜 일. 내가 모니터 앞에서 뭣도 모르고 끄적이는 수 많은 행정 문서들은 모두 "가짜 일"처럼 여겨졌다.


물론 이곳에 와서도 관리자라서 정말 난민들과 주민들과 직접 하는 일보단 책상에 앉아 서류 결제하는 일이 훨씬 많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진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히 든다. 현장에서 그리고 우리 사무실에서 끊이지 않는 크고작은 사건사고들을 겪으면서...


그런데 아직도 진짜 일이 하고싶다는 마음이 있다. 이렇게 주어진 틀 안에서 - 도너가 요청하는 틀에 잘 끼워맞추는 - 한 조직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더 우선시되며, 굉장히 관료주의적이고 제한적인 프로젝트를 하는 것 보다.. 무언가 혁신적이고 자율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스타트업 같은 곳을 가야하나.. 라는 생각도 해보고 말이다. 아니면 귀농을 해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야하나, 라는 생각도 해보고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주말마다 피자를 굽고 요리를 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기분 좋음이 느껴지는 그런.. 진짜 일을 하고싶은 마음 말이다. 더 유연하고 더 아래로 가고 싶은 마음, 혹은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이런 생산적인 일은 더 많은 자율성이 있을때 가능하고, 자율성은 나 자신외에 조직이라는 큰 책임을 가지고 있을 때보다 더욱 더 외롭고 낮은 곳에서 가능할 것 같다. 디지털노마드들처럼..?ㅋ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결국 중요한 결정은 위에서 내려진다는 것. 위에서 - 그게 도너든, 정부든, 어떤 조직이든, 나와는 아주 멀리 떨어진 의사결정자들에 의해서 많은 것이 결정된다. 그리고 그 결정들이 현장의 일상에 가장 큰 타격을 준다. 소위 내가 생각하는 "진짜 일"은 그런 수 많은 내가 생각하는 "가짜 일"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내가 활동하고있는 탄자니아 난민캠프만 봐도.. 탄자니아 정부에서 내뱉은 몇 마디 때문에 난민들과 단체들 모두 너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전 남자친구가 자기는 높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무기력한 서민보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높은 위치에 올라감으로써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이루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시엔 전혀 공감하지 못했었다. 니가 그 자리에 올라가면 똑같이 변하겠지, 애초에 무언가를 이루는 도구가 권력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 것인데, 라며.. 구조 자체를 부정하던 나였다. ㅎ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참으로 두서 없는 글이다. 졸려서 그런거라고 핑계를 대본다.


무튼 그래서 난 뭘 하고싶은거지?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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