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을구름 Aug 18. 2022

새내기 PM의 한 걸음. '주제 선정'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는 무엇일까?”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의지만 있고 어떤 것도 정해진 게 없는 '무'의 상태일 때, 어떻게 밑그림을 그려나갈지 많이 끙끙댔다. 사실 기획 방향도 몇 번 바뀌었고 컨셉이나 기능은 말할 것도 없이 많이 바뀌었지만 어쨌거나 큰 그림은 초장부터 확실히 해야 하는 거 같다.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불만을 사지 않..을 수는 없고 최소화하려면 그에 대한 정당성과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는 항상 과거의 내가 써내린 정책과 기획서에 있기 때문에 메모를 습관화했다. 오늘은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첫 단계를 말해보고자 한다.




도토리함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우선 도토리함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흩어진 정보를 한 곳에 보관할 수 있는 아카이빙 서비스'이다. 웹서핑 중 발견하는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나에게 공유하기’ 또는 ‘즐겨찾기’한 경험이 아마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런 아카이브 방식은 정보가 정리되지 않아 금방 잊어버리고 원하는 내용만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도토리함은 1) 간단하게 한 번의 클릭으로 북마크를 분류하고, 2) 중요한 정보를 잊지 않게 도와주고, 3) 원하는 사람들과 일상 속 정보를 함께 관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불편한 점을 해결하고자 했다.


↓도토리함 홈페이지(´▽`ʃ♡ƪ)

도토리함 | 기억하고 공유하는 북마크 보관함 (dotoriham.com)



어쩌다 만들 게 되었나요?


  팀원들과 처음 만났을 때 간단히 자기소개만 하고 바로 브레인스토밍에 들어갔다. 코로나 때문에 줌으로 회의를 하다보니 마이크를 강제로 쥐어주지 않는 이상 침묵이 이어질 때가 많았다. 그래도 브레인스토밍 할 때 '일단 우리도 사용자로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보자!'라는 분위기는 형성되었다. 그래서 이걸 숙제로 하고 다음날 다시 브레인스토밍을 이어갔다. 역시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다들 생각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서로 전혀 공유가 안 된 상태였지만 신기하게도 3명이 공통적으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북마크 관리였다. 


  모든 직무가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마케터,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는 그와 관련된 콘텐츠나 클래스가 특히 많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들은 '서핏'이라는 커리어 관련 콘텐츠 플랫폼을 쓰고 있었다. 서핏은 개발/기획/디자인 위주로 관련 콘텐츠를 메인 피드에 업데이트하며, 사용자들은 흥미로운 컨텐츠를 북마크 해서 사이트에 저장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느끼는 편리함과 아쉬움을 얘기하며 생각을 확장해나갔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관심을 보였기에 '즐겁게 애정을 가지고 작업할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자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서핏' 메인 페이지



주제를 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나 어려움은 없었나요?


  매우 1차 면접에서 의례상 하는 질문 같지만 생각보다 뼈를 찌른다. 20여 년 짧은 인생을 바탕으로 회의에 참여하는 유형은 아래처럼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비대면일 때는 4번의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회의를 주도해야 하는 PM은 성격과 상관없이 1,2,5 역할을 다 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할 말이 없어서 관조하는 게 아니라 아직 친하지 않아 머쓱하고 비언어적 표현 없이 설명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조용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회의 참여 유형 5가지>

1.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

2. 지지하는 사람

3. 반박하는 사람

4. 관조하는 사람

5. 조율하는 사람


  먼저 1번으로서의 역할을 보자면, 회의의 포문을 열어야 한다. '내가 이렇게 잘난 아이디어를 들고 왔어요'가 아니라, 나는 이런 아이디어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으며 여러분이 말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나를 참고해서 자유롭게 말하면 된다는 예시를 제시하고자 했다. 준비 시간도 짧았기에 간단히 아이디어의 핵심, 주 사용자, 서비스의 장단점, 참고할 만한 사이트나 서비스의 예시 화면 정도만 보여주었다. 


 지지하는 사람으로서는 다들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어떤 부분이 좋고 추후 디벨롭할만 한 지'를 덧붙였고, 조율하는 사람으로서 마구 늘어놓은 아이디어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한 다음 마이크를 순차적으로 넘길 수 있도록 했다.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고 체크사항으로 메모를 따로 해놓았다. 그리고 관조하는 유형들이 참여할 수 밖에 없도록 한 명의 아이디어 설명이 끝나면 말이 없던 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뒤에서 이루어지는 회의도 이런 식으로 쭉 진행했고, Wrap-up과 호응, 메모 3가지를 통해 '모두에게 귀기울이고 있다'를 끊임없이 전달하고자 했다. 그 결과, 갈등이 일어날 만한 반박은 따로 정리해서 회의의 흐름을 끊지 않게 하고, 모두가 목소리를 내지는 않더라도 최소 귀를 기울이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렇게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주제 선정이 완료되었고, 다음으로 사용자 리서치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작가의 이전글 새내기 PM의 사이드 프로젝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