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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i Dec 14. 2022

스타트업의 시작

투미유 창업스토리

투미유를 창업한 지 벌써 7년 차.

처음부터 창업을 꿈꾸며 시작하지 않았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사업하면 망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내가 스타트업을 운영하게 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2014년. 스타트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체대생이 스타트업계에 들어오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처방사라는 꿈을 가지고 대학을 진학했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운동생리학 석사를 전공했다. 박사로 진학하여 스포츠의학을 공부할 것인가, 바로 운동처방사로 취업할 것인가 고민했지만 은근히 공부에 취미가 없던 나는 대학병원에서 운동처방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도교수님의 소개로 지금의 야핏과 비슷한 실내용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연구만 하고 회사에 취업한다는 생각은 1도 하지 않았던 터라 회사에서 "일 한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다. 학교 다닐 때처럼 절대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아파도 꾸역꾸역 출근은 했다. 연차가 뭔지도 몰랐고, 휴가는 당연히 갈 수 있는데 괜히 눈치가 보였다. 연봉도 어느정도가 적정한지도 몰라서 그냥 최저임금을 받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바보였네...


아무튼 회사에서 내가 했던 일은 운동프로그램을 짜고, 처방해주는 일이었다. 원래 하려던 운동처방과 비슷한 업무를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바로 시작했다. 사실 시작할 때는 그냥 잠시 도와주는 줄 알았다. 이 때까지도 운동처방사가 될 생각이었다. 회사의 자전거는 개발 중이었고, IT와 결합한 자전거였기 때문에 "앱"과 자전거를 블루투스로 연동하여 자전거를 활용한 파워, 지구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테스트를 개발하는 업무를 하였다. 운동생리학 전공자가 개발이 뭔지, UX가 뭔지, 마케팅이 뭔지 알리가 만무하다. 그저 운동 프로그램 짜는 게 재밌었고 나와 다른 분야를 경험해보니 신기했다.

회사에서 준 명함에 나는 'UX디자인팀'이었는데 속으로 '웬 디자인? 난 디자인 못하는데'라고 생각했다.




운동 프로그램을 짜는 건 1-2개월만에 끝났다. 그리고 난 할일이 없어졌다. 회사에서 나 빼고는 다 개발자였는데 그 때부터 다양한 업무 요청이 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앱 기획을 하게 되었고, 전시회를 나가고, 마케팅을 해보라 했고, 영어 발표를 하라 했다. 창업을 하고 회사를 운영해본 지금의 입장에서 대표님은 나를 뽑아선 안 됐었다. 당장 회사에 필요한 사람도 아니었고, 경험이 전무한 사람에게 가이드 없이 업무를 시키는 건 비효율적이었다.

이 회사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할 줄 알았던 나는 얼떨결에 영어 피칭을 했고, 글로벌 액셀러레이팅에 선정되었다. 그렇게 베를린에서 3개월동안 살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우리 회사가 "스타트업"이었다는 걸 알았다.

2015년 7월 베를린.

(나는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었음에도) 베를린에서 처음 스타트업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함께 베를린에 갔던 한국 스타트업, 베를린 현지 스타트업들을 보면서 신세계를 경험했다. 창업을 위한 교육들, 피칭 교육을 들으며 계획에도 없던 경험들을 하게 되었고 시야가 넓어졌다.

인생 참 모르는 일이다.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날,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베를린에서 파란만장한 퇴사 스토리가 있지만 생략하겠다.

베를린은 삶의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 만난 클로이와 베를린에서 좋아 보이던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그대로 한국에 가져와서 해보기로 했다. 거창하게 "우린 스타트업을 시작했어!" 이런 느낌은 아니었고, "이런 좋은 아이디어가 왜 한국에는 서비스 안 되고 있지?"라는 마음에 시작했다. 그렇게 운명처럼 창업이란 걸 시작했다.


베를린에서 너무 좋아 보였던 아이템은 멤버십을 사면 전국 어느 운동센터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서비스였다. 2015년에는 O2O 서비스가 매우 핫했고 너도나도 O2O를 하던 시절이었다. 핫해서 시작한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알려진 서비스가 없었기에, 말로만 들어도 너무 좋은 서비스 같아서, 바로 시작했었다. 


우선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었다. 개인사업자는 세무서에서 생각보다 쉽게 바로 만들 수 있었다.

가서 그냥 서류 제출하니 바로 사업자 대표가 되었다. 그리고 명함을 만들고,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엔젤 투자를 위한 IR 자료를 원페이지로 만들었다. 아이디어만 있는 상태에서 인터넷 서칭으로 엔젤 투자자 약 30 곳에 IR 자료를 돌리고 한 곳에서 답을 받았다. 당연히 실제 투자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미 비슷한 서비스가 한국에 있었고 투자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되지 않았다. 우리는 충분한 시장조사를 하지 않아 이미 서비스가 있는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작은 실패를 겪으며(당시엔 실패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음 단계로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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