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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Apr 21. 2023

음악 같은 인생

유재하기 때문에

 원 히트 원더 가수들은 많다. 가수에 국한하지 않고 바라봤을 때도 배우, 감독, 작가와 같은 여러 예술가 중에서도 많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원 히트가 전설이 되어버린 예술가는 많지 않다. 그리고 가수 유재하의 원히트원더는 한국 대중음악사의 전설로 남았다.


 유재하의 1집 ‘사랑하기 때문에’의 위상은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선 중 1위라는 사실 하나로 가늠할 수 있다. 87년도에 발매된 이 앨범은 당시엔 큰 반향을 이끌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재평가되어 현재에 와선 발라드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 평가받는 중이다. 해당 음반의 가수란 사실로도 그는 대단한 가수라 불릴만하다.



 허나 가수임과 동시에 유재하 그는 시인이었다, ‘사랑하기 때문에’에 수록된 전곡의 작곡을 본인이 맡았으며 발라드의 새 지평을 열었다 표현했을 정도로 작곡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사다. 유재하 음악의 정수라 말할 만한 서정적인 가사, 그러한 가사에 담긴 아름다운 표현을 본인 스스로 생각해 냈단 점 때문에 그는 시인이다.



 모든 수록곡의 모든 가사를 본인이 써냄과 동시에 전체 수록곡의 작곡 · 편곡을 홀로 담당했다는 사실은 그가 천재임을 증명한다. 하지만 가인박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1집은 그의 유작이 되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생명을 앨범에 쏟은 탓일까 같은 해 11월 1일, 스물다섯의 그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이 그를 세상에 알리게 한 것일까, 죽음으로 그의 음악이 완성된 것일까. 말장난 같은 이 문장은 필자가 유재하의 음악을 느낄 때 얼마나 감성에 젖는 지를 증명한다. ‘가리워진 길’과 ‘그대 내 품에’를 들으며 천천히 달리는 버스 안에서 고가 도로 아래의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면 유재하가 생각했을 사랑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음반의 타이틀인 ‘사랑하기 때문에’는 음반의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다. 전체 곡들을 들은 이후 잔잔히 울리는 ‘사랑하기 때문에’의 전주는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아리는지 느낄 수 있게 한다.


 어떤 이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누군가의 사랑을 나의 시점에서 한번 생각해 본다는 것 자체로 생각하게 만든 이의 인생은 보람찼을 것이다. 유재하, 그의 음악은 그의 인생을 보람차게 만들어 준다.


유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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