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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Apr 18. 2023

음유시인

가객(歌客)이 품은 자유

 음악에서 향수를 경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은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목소리, 음악을 부르는 이의 목소리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 있어 가수 김광석은 독보적이다. 가수의 목소리가 중요한 것과 같이 포크라는 장르 특성상 가사의 내용이 중요하다. 곡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중요하단 뜻이다. 독보적인 목소리로 주제 의식이 분명한 가사를 읊조리는 김광석 그의 음악은 포크 그 자체다. 민중부터 사랑, 인생에 관한 회한까지 포크 뮤직이 닿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엔 그의 아성이 뻗쳐있다. 우울의 감수성과 아련해지는 듯한 느낌의 그의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포크의 매력에 빠져든다.


 김광석을 포함하여 쎄시봉과 트윈폴리오, 김민기, 최백호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안치환과 노찾사 등 한국의 포크 가수는 많다. 아니 많았다. 더 다양한 음악 장르가 넘치는 지금의 시대지만 막상 포크는 이전과 같진 않은 것 같다. 시대가 변했단 이유로 포크라는 장르가 죽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이미 자유를 쟁취해냈기 때문일까?



 포크라는 음악은 민중음악이라고도 불린다. 덧붙이자면 자유를 향한 음악이다. 메탈과 같이 거친 퍼포먼스는 없어도, 팝과 같이 화려하진 않아도 포크는 순도 높은 저항을 담고 있다. 은유와 진심을 섞어 부르는 포크 음악은 한국의 민주화와 함께했다. 특히 노찾사의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야에서’, ‘마른 잎 다시 살아나’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가 대표적이다. 김광석의 노래에선 ‘부치지 않은 편지’와 안치환과 함께 부른 ‘타는 목마름으로’가 생각난다. 음악이 가진 힘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민중을 하나로 규합하는 힘을 지녔기도 했고 홀로 되고 싶어 하게끔 만들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자유를 위해 목소리 높였던 가수들과 모든 이들은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한다. 김광석과 안치환이 소속되어 있던 노찾사의 노래를 들으며 어쿠스틱 기타 하나 들고 생목으로 노래 불렀던 젊은 날들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랑했지만’을 들으며 마음에 묻은 이전 연인을,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풋풋했던 청춘을, ‘먼지가 되어’를 들으며 사랑했던 신념, 이념을 향해 모든 것 바칠 수 있었던 젊은 나를.




 몇십 년 전 가수들을 이야기하며 회한에 잠기는 것은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포크라는 것은 페이소스다. 경험해보지도 않았던 과거를 살게 해 주고 아리도록 감성을 자극한다.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것엔 힙합이 더 쉽고, 부드러운 멜로디를 말하는 데엔 발라드가 최적화되어 있지만, 페이소스, 지난날의 우울을 품은 음악은 포크뿐이다.


 우연찮게도 김광석의 죽음을 기점으로 한국의 포크가 쇠퇴했다고도 말하는 사람이 있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그이기에 그의 노래를 부를 땐 젊음을 추억하며 울컥해지는 듯싶다. 가객(歌客)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기를 바란다.


김광석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젊음과 사랑은 어쩌면 같은 말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자유를 갈망했던, 불안한 와중 행복했던 지난날이 우리에겐 사랑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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