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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Jul 18. 2023

당신의 여행

비울수록 쉬이 떠오른다

 짱구 극장판 '어른 제국의 역습'과 함께 자녀들 보여주러 갔다가 부모들이 울며 나오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대표작인 픽사의 'UP'.

 2009년, 친한 친구와 롯데시네마에서 봤던 기억이 선명한 영화여서 그런지 추억이 더 묻어있다. 결혼생활의 경험이 없는 당시의 필자였으나 주인공 칼을 통해 사랑하는 배우자의 공백을 어림잡을 수 있었다. 그러한 공백에서 느껴지는 공허함그때나 지금이나 생각하기도 싫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하다는 초반 5분을 배제하더라도 'UP'은 진심으로 잘 만든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다. 실사영화만큼이나 작품성이 뛰어난 애니메이션 영화는 여럿 있고 왠지 모르게 그런 애니메이션 영화는 대체로 픽사의 것이 많다. 픽사의 영화는 특별함에서 시작하는 경우보다 평범하거나 이질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짐작건대 러한 점이 높은 작품성을 챙기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런 픽사의 특별한 시작은 관객에게 울림을 주고,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어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문다.


업 (2009)


 괜찮은 이야기는 많지만, 좋은 이야기는 흔치 않다.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은 아니어도 대체로 좋은 이야기를 창작하는 픽사, 그 픽사의 메인 무비 중 하나인 'UP' 역시 좋은 이야기 중 하나다.  중요 메시지는 과거의 꿈을 이루는 것, 꿈에 묶인 것의 차이의 설명이며,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게 흐름을 이어간다. 추가로, 여행 본능을 깨우는 영화의 배경은 자아를 영화 속 분위기에 녹아들게 만든다. 이순재 배우님의 열연까지 담겨있는 영화이므로 한국어 더빙으로 관람하더라도 흐름의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여유 있는 마음만 준비되었다면 언제든 봐도 아깝지 않은 영화다.


 상실을 통해 성숙해진다고 믿는 필자이기에 영화 'UP'이 다룬, 비워내는 것의 중요성을 더욱 귀하게 느낀다. 속을 비울수록 쉬이 떠오른다 혹은 상승한다. 영화를 본 뒤 떠오르는 문장이었다. 또한 누구든 삶을 축약한 아름다운 영화를 보여달라 질문하면 당당히 추천할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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