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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Jul 21. 2023

몽상가의 꿈은 사랑으로

welcome to La La Land

 환상 속에 사는 인간을 몽상가라 부른다. 좋은 뜻으로만 쓰는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하루에 한 번 모든 인간이 몽상가로 변할 때가 있다. 바로 꿈을 꾸는 순간이다.


 꿈,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다른 하나는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누구나 잠을 자며 꿈을 꾼다. 그리고 누구나 꿈을 꾼다. 희망하는 바가 없는 인간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몽상가는 결국 모든 인간을 지칭하는 말이 될 수 있다. 어떤 꿈을 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떤 꿈이든 인간은 꿈 없이 존재할 순 없기에 꿈은 결국 인간의 현실이다. 장자의 호접몽이 생각난다. 꿈을 통해 사유함의 의미를 짚은 사상가다 보니 그가 꿨던 다른 꿈들이 궁금하다. 장자라 해서 맨날 나비가 되진 않았을 테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의 다른 우화도 찾아봐야겠다.




 꿈을 꾸며 살아갈지라도 누군가와 같은 꿈을 꾸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그렇기에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이를 만나는 것은 행복에 가까운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



 영화 'La La Land'는 꿈을 꾸는 두 사람을 보여준다. 그 두 사람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담은 것이 영화 'La La Land'의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 해피엔딩이다. 두 사람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풍족을 누릴 뿐 아니라 나름의 명성도 얻었다. 유명 배우가 되었고 재즈바를 열었다. 본인들이 생각했던 꿈에 부합하는 생활을 함으로써 꿈을 이룬 것이다. 그러므로 해피엔딩이라 생각하지만, 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진 않다. 나 역시 꿈을 꾸고 그 꿈을 성공적으로 이루는 걸 무척이나 경험하고 싶지만, 사람처럼 무언가를 포기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그 둘은 꿈을 이루기 위해 서로를 포기했다. 사랑을 마무리한 것이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었다. 그리고 사실 사랑으로 인해 꿈을 꾸었이뤄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희생하지 않아서였을까 둘의 사랑은 계절이 변하듯 자연스레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사랑을 포기했다 해서 사랑하지 않았던 건 절대 아니다. 둘은 많은 추억을 쌓았으며 사랑을 위한 희생도 많았던 관계였으나 사랑보다 꿈이 더 컸을 뿐이다. 사랑을 통해 지어진 꿈도 결국엔 사랑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랑 그 자체가 일생의 꿈인 내겐 야속하게 다가온다.


 그래도 세바스찬과 미아의 꿈의 여정, 사랑하며 함께 했던 과정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같이 걷고, 함께 극장을 가고, 재즈를 듣게 되는 두 사람의 서사는, 희생 없이 이룰 수 있는 꿈은 없다란 영화의 주제 겸 오래된 지혜의 말씀을 부정하고 싶게끔 만들었을 정도니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구상한 영화감독 데미안 샤젤은 전에도 말했다시피 확실히 대단한 사람이다. 스토리텔러로서의 역량이 뛰어나고 영화 미학적으로도 매우 수준이 높다. 특히 'La La Land'에선 저스틴 휴이츠의 음악과 LA의 눈부신 곳들이 어울리며 보이는 시너즈 효과는, 할리우드 황금기의 명맥을 계승하기에 'La La Land'가 손색없음을 증명한다. 또한 재즈 영화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재즈 음악도 영화의 한 축으로서 작용한다. 당장에 데미안 샤젤이 감독이고 주인공 세바스찬이 재즈 피아니스트다. 재즈가 담긴 영화가 시상식을 휩쓸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작품성과 흥행 모두 챙겼단 뜻은 재즈가 조금은 관심받았단 뜻이다. 재즈를 매우 좋아하고 관련 글도 올리는 필자로선 좋아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런데 2016년,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땐 너무 별로였다. 뮤지컬을 좋아함에도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이유는 아직까지도 모른다. 그렇게 2년 정도 뒤 정말 갑자기 'La La Land'를 다시 보고 싶단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다시 보았고 재관람 후의 느낌은 처음과는 달랐다. 다른 사람이 처음 보고 느꼈을 감정을 몇 년 뒤 두 번째 관람이 되어서야 경험했다는 점이 자칭 씨네필로서 자존심 상하긴 하지만 나의 수준이 그 정도임을 탓해야지 뭐 어쩌겠는가.. 그래도 두 번째 관람 이후로는 재관람에 재관람을 이어가고 있으니 처음 느꼈던 실망감은 완전히 상쇄되었다 생각한다.


 랑에 대해, 꿈에 대해 고민해 볼 여지를 주는 영화인 'La La Land'는 어려운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꿈과 사랑이라는 옛날부터 우려먹은 주제를 다루는 영화에다 뮤지컬 영화고 설명도 나름 친절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적으로 거대한 성공을 거두고, 많은 이와 필자에게 고민의 시간을 선사한 것으로 본다면 어렵진 않아도 복잡한 영화인 듯싶다. 극장 밖에서도 이어지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평한 누군가의 말마따나, 'La La Land'는 좋은 영화다.



 둘만의 사랑으로 보면 영화는 새드엔딩이다. 하지만 환상적인 새드엔딩이다. 세바스찬과 미아 둘 다 꿈을 이뤄서, 데미안 샤젤의 영화 엔딩은 훌륭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라서가 아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이가 최고의 연인 상대라는 인식이 만연한 요즘, 세바스찬과 미아의 취미는 같진 않았다. 둘 다 성격도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둘은 같은 꿈을 함께 꾸었다. 사랑이라는 방법으로.


 함께 꾼 꿈을 함께 이루지 못했음이 슬프지만, 꿈을 이뤘다는 점에 있어선 환상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는 해피엔딩이기도 하며 새드엔딩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는 확실하다. 꿈보다 귀한 사랑은 결국 나의 가장 큰 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설렘보다도 노력과 희생이 중요하다. 성숙한 사랑이 꿈이라도 말했기에 몽상가 함성인, 계속 꿈꾸고 이루어 가보겠다.


라라랜드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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