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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Aug 21. 2023

고독의 기사

택시 드라이버

 허무의 이야기, 고독의 아픔이 묘사된 영화,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


 뉴욕의 밤을 묘사한 영화는 많았지만 '택시 드라이버'가 보여주는 어두움은 로맨틱한 뉴욕보다 먼지 낀 네온사인 불빛의 흐릿한 뒷골목을 연상시킨다. 세계의 수도라 불리는 뉴욕과 락음악의 전성기인 70년대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로큰롤이 아닌 재즈와 블루스에 훨씬 어울린다. 당시 메인스트림에서 물러나고 있던 재즈가 주 배경 음악이었던 만큼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뭔가 허무하며 염세적이다.



 홀로 택시를 몰아 도시의 밤을 배회하는 주인공의 공허한 느낌은 베트남 전쟁 이후 정리되지 않은 미국 사회를 표현한 듯하다. 그가 태우는 밤의 손님들은 분노에 가득 차기도, 욕망에 가득 차있기도 하다. 본인과는 다른 자신의 손님들을 보며 주인공 트래비스는 경멸의 마음을 품는다.


 고독과 사색을 통해 자신의 깊이를 가늠하고 더욱 깊어질 수 있지만 방향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된다. 옳지 못한 사람이 좋지 못한 생각을 가지면 그것은 재앙이다. 트래비스 역시 비슷하다. 타인과의 교제를 원하긴 했으나 필수적이란 사실을 그는 몰랐던 것 같다. 택시 기사들과 대화를 나누나 이미 결여된 그의 마음을 채울 순 없었다.


 고독한 사색에 빠지는 시간과 누군가와 교제하는 시간의 비율은 균등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고독이 지나치게 되면 오직 자신의 생각만이 정답이 되고 해답이 된다. 트래비스 역시 스스로의 결론에 매몰되어 고독 속에서 심야의 뉴욕을 배회한다.



 모든 분노는 해소가 필요하다. 그것이 자기 계발의 형태를 띤다면 바른 해소이고 참된 성숙이겠으나 자격지심에 사로잡힌 이에겐 누군가를 향한 화풀이가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랑의 아픔은 인간을 성숙케 하나 동시에 분노로 변모되기도 한다. 분노가 된 사랑은 얻은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엔 부정의 감정이 이어지기 어렵다. 사랑으로부터 시작된 분노는 사랑이라기 보단 미성숙한 애착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고독한 시간의 바람직한 결론 도출을 위해선 여유로움이 전제돼야 한다. 만약 나 자신이 무언가에 대한 결여가 크거나 타인과의 소통이 부재중인 상태라면 고독은 독으로 다가온다.




 드니로의 연기와 마틴 스콜세지의 연출 능력은 홀로 즐기는 사색의 즐거움보단 그런 사색의 위험함을 드러냈다. 덕분에 고독과 사색을 즐기는 필자에겐 영화 '택시 드라이버'가 고독의 방향이 비관이 아닌 낙관을 향하게 하는 나름의 지침서가 되었기도 다.


 자의든 타의든 긍정의 생각, 낙관의 사고를 놓치지 않음으로 얻게 되는 것은 결국 기쁨이다. 무지에 근거한 기쁨을 얻고 싶진 않지만 과한 고독으로 인해 스스로에게 잠식당하는 건 더욱 원하지 않으니 최대한 밝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밝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모두에게 필요한 아닐지 조심스레 말해본다.


택시 드라이버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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