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누군가에겐 직업이, 누군가에겐 취미가 되는 행위. 그리고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취미와 자책의 모습을 띄고 있다. 글을 쓴다는 자체가 괜한 주접인 듯싶고,정확히 무엇에 쓸모 있을까란고민도 많이 한다. 현실이 바쁜 탓일까? 맞는 것 같다. 생을 살아가기.. 아니 살아내기 바빠서다. 또한 불안을 원동력삼아 미래를 준비하는 인간이기에홀로 고립되어 글 쓰는 시간 역시 가끔은 야속하다.나 스스로에게 불만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뭐 일단 해보는 중이다.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즐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즐거운 감정만이 글쓰기의 이유가 되진 않는다. 누구도 강요하진 않았지만 이건 그냥 해야 한다, 안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내가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추억이라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글이 멈출 것임을 나는 안다.책임감이 부족한 내겐 프레셔, 즉 압박이 필요하다. 작문의 이유가 함성인의 추억만을 위한 것이 된다면 책임감이 덜어질 것이다. 이는 절대로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써내려 보자라 다짐했다. 그냥 해보자란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 와서 보면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기를 수 있었던 나만의 성장방식 겸 좋은 마인드셋이었다.
하지만 돈을 벌고 현실을 사는 데에 나의 글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얻는 이익은 전무해 보이며, 인간관계와 공부, 직장과 직업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단 불안도 크고, 무엇보다 귀찮은 마음이 크다. 글이 내면의 성장을 이룩하고, 자신을 성찰하기엔 작문만한 게 없다 해도 우선은 삶을 영위해야 할 것 아닌가. 다른 이의 시선으로 날 마주한다면 미련한 몽상가 한 명으로 보일 것 같다.
모르겠다. 선진국 루저의 복에 겨운 푸념인지 자아실현 욕구의 표출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무거운 맘을 나름 가벼이 적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생각해 보면 글 쓰는 시간도 나의 삶이고 현생이다. 그러니글을 쓰는 게틀린 건 아닌 것 같다. 어차피 이 역시 현실이라 여기며 살겠다. 불안한 감정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그런 불안을 상쇄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나의 글쓰기니깐 말이다. 거창하게 말하는 듯싶지만 나는 성실히 써야 한단 부담감을 느껴야 작문이 시작된다.이것도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만족을 바랄 순 있어도 이유로 삼진 않겠다. 나는 그래야 한다. 채찍질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예술가라 생각하진 않아서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글을 쓰고 싶으나 나의 글은 타 작가들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루해 보인다. 그로 인해 뭔가 비참해짐을 느낀다. 예술가라 하는 이들은 자신의 작품에 관중을, 독자를 빠져들게끔 하지만 나는 나부터가 나의 작품에 도취하기 어려우니.. 나 자신을 예술가라 칭할 수 없다. 즐거운 마음에 썼던 글도 돌이켜보면 너무 부족하고, 당시에 맘에 들었던 글도 다시 읽으면 진부하고 중구난방이다. 그래서 이전에 쓴 글들을 부끄러워 잘 읽지 못한다. 아마 이건 나중 가서도 똑같을 것 같다.
이렇듯 글을 쓰지 않을 이유는 넘쳐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계속 쓰고 싶다. 그래도 써보고 싶다. 나의 글을. 작문 또한 나의 현실이다. 괜히 구분 지어 포기하지 않겠다. 나의 생각을 담아 꾸준히 성실하게 글 쓰겠다. 누가 강요하진 않았지만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맘으로 계속 써보겠다. 더 잘 이어가보자. 해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