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력성과 비속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이 다소 잔인합니다... 혐오스러울수도 있습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그와 나 사이에 슬금슬금 피어오르는 저 검은 기류다.
신랑을 처음 만났을 때, 탈색한 묶은 머리에 빨간 모자를 쓴 그의 험악한 인상이 무서웠다. 평소엔 다정하고 선한 사람이지만, 성냥개비에 불이 붙듯 화가 나면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눈알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그 모습이 어찌나 무서운지, 본 사람은 내 표현에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검은 기류가 나를 삼킨다. 물건을 부순다. 하루는 꽃병을 던져 거울도 깨뜨려 보았다. 평소라면 그는 져주었겠지만, 그날은 아니었다. 분에 못 이긴 그는 내 목을 움켜쥐고 들어 올려 그대로 패대기쳤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나도 그를 발로 차버렸다.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그의 주먹이 내 얼굴 직전에서 멈췄다. 더 때려보라고 도발하자, 그는 나를 미개한 인간 보듯 쳐다보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컴컴한 안방에 혼자 남겨지자 생각이 멈췄다. 그 멈춘 틈을 타 악마가 속삭인다. "병신 같은 년, 또 남자를 믿었어?" 눈물이 떨어진다. "넌 죽을 수 있어. 죽어서 복수해. 쟤가 땅을 치고 후회하게."
그래, 저 씨발놈이 날 무시해서 그런 거다. 내가 얼마나 좆같으면 나를 약 처먹는 년이라고 개무시하는 거다. "맞아, 저 씨발새끼 목을 쳐 쑤시고 싶지?" 눈물이 더 흐른다. 이 악마 새끼는 틀린 말을 안 한다. 예리하고 똑똑한 놈이다.
상담사는 자해할 때 꼭 악마가 속삭이는 것 같지 않냐며, 그 속삭임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병신 같은 상담사. 이 악마 말이 맞는데, 씨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 그래봤자 딱 두 명뿐이다. 내가 씨발, 이리 하찮게 살았다. 화장실로 향한다. 신랑이 날카로운 것은 다 숨겼지만, 본인 턱수염 때문에 평소 쓰던 일자 면도칼은 그대로 두었다는 걸 잊고 있었나보다. 아주 좋은 물건이 내 손에 잡히자 흥분도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건 꽤 날카로워 긋자마자 스윽, 깊게 긁혔다.
당연히 존나 아프다. 그런데 존나 기분 좋다.
희열이 올라온다. 한 군데를 집중적으로 그어야 하는데 손이 떨려 조준이 쉽지 않다. 그래도 계속 그으니 하얀 속살이 살짝 보인다. 더, 더 그어야 한다. 다 왔다. 피가 흘러 잘 안 보이길래 손으로 대충 닦고 다시 시도한다. 조금만 더 그으면 죽을 수 있다.
그때 화장실 문이 콰앙 열리더니 신랑이 "이 씨발년아!"라고 외치자마자 내 뺨을 두 차례 연속으로 갈겼다. 친오빠가 내 문자를 보고 신랑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정육점 사장인 신랑은 손아귀 힘이 얼마나 세겠는가?그런 남자가 뺨을 연달아 때리니 너무 아파서 "살려주세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전화기 너머로 친오빠는 그 소리를 다 듣고 있었다. 전화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신랑은 털석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제발, 나랑 몇 번을 약속했냐고, 왜 자꾸 이러냐고. 하루는 날카로운 것을 다 숨겨 자해를 하고 싶어 선택한 방법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였다. 얼굴 반쪽이 기이하게 부었고, 학교에도 멍이 시퍼렇게 든 채로 다녀야 했다. 상담사는 목과 얼굴이 끝나면 다음 단계가 있다고 했다. 자살이나고 물어보니 그건 아닌데 말해 줄 수 없다하였다. 나는 사실 그 다음 단계가 궁금하다...
자해는 우습게도 '비자살적 자해'라고 불린다. 자살 의도 없이 자신의 신체에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해를 입히는 행위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건 관심구걸 이기도 하다.
내가 원했던 반응이다. 우는 모습이 좋아 웃었다. 안도했다. 운다는 건 나를 사랑한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병신 같은 년놈들이 이러고 있는 꼬라지가 우습고 재미있어 웃은 것도 있다. 확실히 못 그은 내가 용기 없는 병신같이 느껴진다. 난 자살도 못하는 병신이니깐 ... 나도 언젠가는 성공하겠지?생각을한다.
하여간 내가 웃든 말든 신랑은 계속 운다. 아이처럼 무섭다고 계속 운다.
내 목에는 피가 흐르고, 신랑의 눈에는 피눈물이 흐른다.
한달 전 잘 참던 자해가 크게 터졌습니다.
지금은 흉터가 아물듯 마음도 아물었습니다.
저는 또 버텨야합니다...
참고 견뎌야 합니다...
저는 사랑받고 싶거든요 저는 정말 사랑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