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그어진 자리
하나하나
이악물며 버텨온 흔적들,
그보단 가슴깊이 못 박힌 흔적들,
그 몹쓸 것들 한 번씩 들추어 울부짖음에
안쓰러워 또 껴안고 토닥인다.
얼마나 커다란 슬픔이 자리하고 있는지.
저 작은 몸으로 또 그렇게 견뎌낸다.
마음속 그 뜨거움을 아픔으로 채우지 말거라
앞으로 나아갈 힘과 용기 환희로 뜨거움을 채우고 간직하거라
눈을 좋아하는 소녀
따뜻하고 눈처럼 하얀 마음을 간직한 소녀
아마도 그대는
상처가 많아 천사의 웃음을 짓는 것 같다.
올해는 언제 첫눈이 오려나
그녀와 손잡고 평생 첫눈을
맞고 싶다.
그에게서 글 한 편을 선물 받았다.
그는 내 상처를 '붉게 그어진 자리'라 부르며, 내가 이악물며 버텨온 시간들을 가만히 응시한다.
안쓰러움에 나를 껴안고 토닥이다가도, 정작 나의 고통을 대신 짊어질 수 없는 인간적인 무력감에 머뭇거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평생 첫눈을 맞고 싶다"며, 나의 불안정한 겨울 속에 기꺼이 머물겠다는 동행을 약속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깊은 시선 앞에서 내 손끝은 파르르 떨리며 눈에 안개가 가득 해진다.
그가 꿈꿨을 평화로운 가정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지금의 일상 속에서, 문득 그가 감당하고 있을 피로도와 무너지는 마음이 느껴지는 날이면 내 마음은 한없이 가여움으로 젖어든다. 가여운 사람... 왜 이런 나를 만나서...
"내가 약도 잘 먹고, 욕도 안 하고, 자해도 안 할 테니까
나 버리지 마 제발 버리지 마"
"난 너 안 버려"
믿어야 하는데... 그래야 되는데...
이 뭐 같은 마음 덩어리에는 무슨 찌꺼기가 껴 있길래 믿음이 흘러가다 막히는 거야. 염병할 나라는 인간.
변심하여 떠나면 어떡하지 버림받은 기억 조각들이 떠오르며 다시 손 끝이 파르르 떨린다.
그는 그 손을 조용히 잡아준다. 이기적인 욕심으로 삶의 끝에서 몸부림치는 나를, 지금처럼 결코 놓아주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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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로 사는 게 벅차다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