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팔에는 자해 자국이 줄지어 있다.
무더위 속 짧은 반팔티에 그 자해 자국은 고스란히 보인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자국에 말을 거는 이도 있다.
"이 흉터가 뭔지 물어봐도 돼요?"
"하나, 둘, 셋... 6학년이요."
스물아홉인 내가 이 자국을 드러내고 편히 말할 수 있는 시간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자기연민에 심취해 살던 나는 이제 줄여 나가고 싶어 노력 중이다. 나는 그리 가여운 생명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흉터는 내가 살아온 흔적이며, 나의 징표다.
용기 있는 자만 가질 수 있는 훈장이라 생각한다.
가끔은 좀 간지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소리를 하면 신랑은 "어휴" 이런다.
하루는 담당 교수님과 면담 중에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나 물어보셨다. 그걸 조사한 후 그 학생 명단을 교수학습지원센터에 넘겨야 하는 행정 절차 과정에 관한 질문임을 알고 있었다.
"경계선 인격장애로 약 복용 중인데... 어려운 거는 없는데요..."
인격장애? 응?정말 그게 무슨 병이냐?
눈으로 질문 중이셨다.
나는 교수님도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모르시는구나 하고 신기해했을 뿐 그게 다였다.
교수님은 "우울증 같은 건가? 우울증은 없지?"
'그래 그것만 체크하면 되는 거니까... 그게 중요하지.'
모든 정신적인 질병은 우울증과 회로가 엮여 있는 걸로 알고 있어, 있다 해야 하나? 없다 해야 하나 잠깐 망설이다. "멀쩡합니다." 하니 교수님은 싱긋 웃으신다.
"밝아서 참 좋아."
'당신도요. 늘 웃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속으로 인사를 마치고 복도에서 면담을 대기 중인 다음 친구를 부르며 나간다.
그 교수님은 이제 정년퇴임 하셨다.
새로운 담당 교수님이
곧 개강 때 나를 불러 또 물어보시겠지.
"우울증은 없지?"라고...
그때는 뭐라 센스 있게 답을 남겨서 안심시켜 주어야 하나... "6학년 자국은 있는데..." 라고 할까?
자해를 잘 참고 견딜 때의 모습을 글로 표현 한 것 입니다.
아직도 충동적으로 상처를 남길 때가 있습니다.
그 글은 4화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