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골아!"

오늘도 마을에 울러 퍼지는 이름

by 노란빛방울

​"한골아, 일로 온나. 거 뭐 있다. 일로 와, 일로 와!"
​개한테 거기 뭐 있다고 겁을 주면 참으로 알아듣겠다 싶어, 애타게 한골이를 찾는 엄니를 가만히 바라본다.


대학교를 어슬렁거리며 학생들한테 소시지나 얻어먹던 녀석을 구조해 엄니네 마당에서 지내게 된 요 녀석은, 얼굴은 진돗개요 다리는 짜리몽땅하니 전형적인 시골 멍뭉이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엄니는 늘 탈출하는 이 녀석을 찾아다니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수놈 치고 순하기는 또 어찌나 순한지, 엄니 손길이 닿으면 또 순순히 잡혀 온다.



​하루는 저녁에 또 이놈이 줄을 씹어 끊고 마실을 가버렸다. 엄니는 황급히 나에게 도움의 전화를 거신다. 냅두면 기어 들어오겠지 하니,
"난 몰라. 진짜로 어디 잡혀가든 난 모른데이!"
그러고는 경상도 모녀의 뭉툭한 전화는 그리 툭 끊어졌다.


​아침에 잡으러 가보니 녀석은 어느새 다시 묶여 있다. " 어찌 잡혔노?" 하고 한골이에게 물으니, 그놈 대신 엄니가 답을 해주신다.


​"저 몹쓸 놈, 사람 애만 먹이는 거 에잇 모르겠다."
하고 누웠다가도 혹여나 개장수 집에 놀러 갔다 붙잡힌 것은 아닐까, 아니면 온 사방이 산인데 어디 덫에 걸리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산짐승이... 결국 밤새 저놈을 찾아다니다 겨우 찾아 묶어 놓으셨단다. 생짜증이 난다며 내게 분을 푸신다.


​그런 한골이는 천지도 모르고 누나 왔다고 좋아서 내 다리에 매달린다. 엄니는 그런 한골이를 고이 쓰다듬으신다. 밉다면서도 손은 정성스레 쓰다듬고 계시는 그 모순적인 모습에 사랑의 온기가 녹아있다.



그런 한골이랑 함께 논길 산책을 나간다. 체구가 왜소하시고 나이 들어 무거운 다리로, 좁은 보폭의 엄니가 나의 뒤를 천천히 따라오신다. 어릴 때는 울 엄니 걸음이 제발라서 내가 따라가기 벅찼는데. 수많은 사계절이 보폭의 넓이를 바꿔놓았다.


한골이는 벼를 베고 텅 빈 논길을 신나게 뛰어다니며 쌕쌕 웃는다. 그 맑은 웃음소리가 넓은 논길에 가득 퍼져 마음이 하나도 허하지가 않다.


​한참을 뛰어가던 한골이가 다시 우리 쪽으로 몸을 틀어 달려온다. 만져달라고 그 커다란 머리를 쑥 내민다.

기특해 쓰다듬어 주니 녀석은 다시 펄쩍펄쩍 저 멀리 달아난다.


이미 저놈에게 정이 듬뿍 들어버린 엄니가 다시 한골이를 부른다. 이번에는 혼자 뛰지 말고, 우리 같이 가자고.

현재 목줄없이 편히 살라고 휀스 설치 중 이다. 마당에 반이 이 놈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