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자기혐오라는 그림입니다."

by 노란빛방울


깊고 무거운 죄책감에 눈이 뜨인다.
벌써 방 안이 어둑해져 사물의 윤곽만 겨우 보일 뿐이다.
잠결에 흘린 땀으로 끈적한 몸이 찝찝하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축 늘어져 기력 따위는 원래 없었다는 듯 자신의 감정에만 치우쳐 이불자락이나 아이처럼 움켜쥐고 있는 이 모든 꼴불견 동작들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결국 '나'인 것 같았다.


​바로 침대 옆 책상과 책장 사이 전신거울에 흐리멍텅하고 멍청한 인간이 비스듬히 앉아서 자신의 모자람을 꿈벅꿈벅 거리며 바라보고 있다. 시력이 안 좋아서 더 흐릿한 게 맥 빠진 인간을 더 적나라하게 표현해 주었다.


저것은 필시 누군가가 그리고 간 그림이다.
누군가 내가 잠든 사이 슬머시 책상과 책장 사이에 거울을 치우고 그림을 두고 간 것이다.


그 다음 자신의 완벽한 작품에 오만함과 들뜸을 최대한 티 안내는 척 하며 친절히 설명을 이어갔을 것 이다.


​"이 그림은 저 입 벌리고 자는 저기 저!! 무능력한 인간의 자기혐오를 표현한 것입니다. 어떤가요?"


이고~​어떻다니요.
예술적이네요.
뭐 이런 사실적인 그림을..뭐 사실주의 라고 하나요?

제가 상식이 부족해서요

그녀가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꼬라지 혐오스럽기 짝이없네요. 수없는 예술쟁이씨


이렇게 오후의 낮잠은 우울로 치닫다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