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떨지 마세요"

by 노란빛방울
차 한잔에 여유를 부릴 때는 세상 인자한 척 하면서...




​그날은 미생물학 수업을 듣는 시간이었다.

전공과목에 어려운 내용이다 보니 그 수업 시간만큼은 모두 귀를 기울이며 듣는다.


​서걱서걱 필기하는 소리가 감도는 현장... 내가 이 열정적인 젊은 학우들과 함께하다니 가끔은 감격스럽다.


​앞자리에는 말 안 해도 다들 알다시피 열심히 하고자,

좋은 성적을 거두고자 하는 독기 있는 새내기들이 앉아 있다.

국내 대형 병원을 노리고 보건 교직까지 따로 수업 듣는 그런 친구들 말이다.
​그중 4개의 A, B, C, D반 중(학생 수가 많다) 상위권 안에 드는 학생이 있었다.


곱상하고 단아하며 피부는 도자기 결보다 고왔으며, 얼굴은 주먹만한 게 눈은 어찌나 큰지... 장나라가 꼭 옆에 있는 것 같았다.
​'예쁜데... 공부까지 잘하다니 멋지군...'



​근데 그날 요놈의 다리가 문제였다. 나는 불안하면 다리를 떨고, 손톱을 물어뜯는다. 조금만 불안해도 손에 땀이 나고 그 땀은 등 뒤로까지 이어진다.
​수업 시간에 내가 그 불안한 모습을 보인 거다.


​옆에서 장나라와 닮은 고운 나비가 부드럽게 톡톡 건드린다. 처음에는 그 크고 맑은 눈망울에 넋을 잃어 소곤거리는 입 모양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못 알아들은 내 표정을 읽고서는 다시 속삭였다.
​"다리 떨지 마세요."


순간 열이 뻗쳤다.

'내가 너보다 어? 거즘 부풀면 10살 차이야 임마!'

라고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무언가가 올라왔다.


​인상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팍 써졌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알아들었다'라는 식으로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너무 기분이 언짢았다.


​"저기 언니... 다리를 자꾸 떠셔서요."도 아니고

"다리 떨지 마세요." 명령도 아니고 뭐냐 말이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 감정이 놀리듯이 메롱메롱 거리는 게 불쾌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아이의 표정은 악의가 없었다.
​쉬는 시간 후 다시 그 수업을 들으러 들어왔다.

그 친구도 옆에 앉아 수업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기... 내가 습관이어서 고치도록 해볼게요." 하니

"넹!" 그 어린 친구의 당차다 해야 하나?

관심은 없지만 그냥 무의미한데 밝은, 알 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리 떨며 수업 방해한 거는 나다.

근데 어째서 이리 꼰대가 되어 방귀 뀐 놈이 성낸다니...
​아, 내가 꼰대라니.

아... 나는 아닐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K-꼰대'의 탄생인가?


교수님...미생물학시간에 가르쳐주시는 이 균들처럼 내 안의 자라고 있는 꼰대균도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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