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학습자
'성인학습자'라는 말은 '뒤늦게 공부 시작한 사람'을 참 예쁘게도 포장한 단어 같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 단어 속에 갇혀 묘한 소외감에 주눅이 든다.
토익에 '토'자도 모르지만 토익 공부에 갈망이 강했다.
이런 영어기초도 없는 내가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토익이라는 부푼 나의 꿈을 실수로
다른 성인학습자 학생에게 들킨 날,
돌아온 건 날 선 냉소였다.
"굳이 왜? 어차피 우리는 큰 병원 안보내줘"
그냥 하는거... 열심히 하고 싶어서 라며 대화를 대충 끝내며, 주제를 전환시켰다.
더 이상 현실을 직시하라는 듯한 어조를 견뎌내기에는
나는 너무 나약하기 때문이다.
"그래? 잘해봐."
자신의 말에 흔들림이 없는 내가 불쾌하다는 듯 쳐다보던
그 눈빛.
'너도 가고 싶잖아. 더 좋은 곳으로 가서, 증명하고 싶잖아.'
혀끝까지 차오른 말을 겨우 씹어 삼키는 고통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학교는 더없이 친절했다.
성인학습지원센터, 전용 휴식 공간, 그리고 성인학습자만을 위한 장학금까지...
그들을 위한 배려와 혜택은 차고 넘쳤다.
그런데 그 과한 친절이 가끔은 숨이 막혔다.
교수님들은 다른 학생들의 이름은 "누구야!" 하고 다정하게 부르시지만,
아무리 화려하게 치장을 해도 뽀얀 쌀뜨물 같은 새내기들 사이에서 숭늉처럼 티가 나는 나에게는
늘 '유리 님', 혹은 '유리 씨'라는 존칭을 붙여 부르셨다.
고등학교 시절, "야! 김유리! 또 떠들지!"라며 소리치시던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그리워지는 순간.
그 정중한 거리감 사이로 소외감이 수면 위로 차갑게 떠오른다.
전국에 성인학습자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