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커피마시는 날

by 노란빛방울

설대목이지만 찾아오는 이 없는 흙집, 어설프게 흰 페인트가 칠해진 엄니 바로 앞집은 정반대다.

목재로 지어졌으며, 넓은 잔디 마당엔 자식들 차로 가득이다. 같은 흰색 집이지만 우리 집과는 괴리감이 느껴지니 하필 왜 같은 흰색 집인지 원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엄니는 그런 앞집의 북적임에 TV 소리를 더 크게 트셨을 거다. 그러다 속이 뒤집어질 듯 분이 나, 나에게 단축키를 꾸욱 눌러 전화를 거셨을 거다.



​아침 8시 반이다.
아침잠에 허덕이는 나는 10시에야 겨우 눈을 뜨는데,

오늘은 일찍 눈이 떠졌다. 윗집의 북적북적, 쿵쿵거리는 소리 때문이다. '꺌꺌' 웃는 소리, 물건 치우는 소리, 사람들의 발바닥 소리. 그 온기가 이 아래까지 다 내려온다.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며 거실에서 잔잔한 음악에 맞춰 커피 한 잔 마신다. 자꾸 들리는 북적이는 온기에 헤드셋을 꺼내 귀를 틀어막는다. 그런들 새나오는 결핍은 안 막혀진다.


부재중에 찍혀 있는 '곱고 예쁜 엄마'. 다시 전화를 걸어본다.



​밖에 나가면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볼 정도로 닮은 구석 없는 모녀. 다들 안 닮았다며 놀란다.

그럴 때면 엄니는 "야는 지 아빠 닮았어요" 하신다.

아버지를 닮은 나는 그 소리가 싫지 않다.

우리 아버지는 인물이 훤하셨기 때문이다.


전혀 닮은 구석 없는 모녀가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쪽쪽 빨며 내 집 거실에 앉아 있다. 집안에 TV소리만 거실을 채운다.


오늘은 두 모녀에게 설 대목이 아니라, 서로의 외로움을 다독이며 커피나 마시는 날로 정했다는 듯이 그렇게 앉아 있다.

외롭고 지긋지긋한 연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