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라고 부르는 꽃들의 진짜 이름은 구절초야. 그건 꽃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꽃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 이름을 자꾸 불러줘야 해. 이름도 불러주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냐.
《모순_139쪽》
거실에는 세 마리의 반려견이 지낸다.
녀석들이 짖거나 소란을 피우면 내 입에선 "야!" 소리부터 튀어 나온다.
번듯한 이름들이 다 있는데 "야"라니.
내가 들었다면 분명 기분 나빴을 호칭이다.
이 친구들은 단어를 음절로 판단한다.
단호하고 짧은 음절에도 주인의 감정을 기막히게 읽어낸다.
날카로운 목소리에 상처받기보다, 흰자를 드러내며 슬며시 눈치를 살피는 녀석들.
'아, 또 야라고 했네.'
후회가 밀려오지만, 돌아서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누구 하나 지적하는 이 없고, 녀석들조차 반발하지 않으니 고칠 마음은 딱히 없었 던 거다.
그러다 문득 저 문구가 떠올랐다.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는 말.
뿌리 달린 식물에게도 고유의 이름으로 불러주어야 한다는데 사랑한다며 연신 껴 안고 쓰다듬는 눈,코,입 달린
너희에게 "야"밖에 외치지 않았다니...
이름한번 다정히 부르는 법이 없는 이 못난 주인을
사랑으로 품어 준 너희가 나보다 낫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