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글_ 어디로든

팔에 묻은 줄자국이 벅벅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by 노란빛방울

작가로 첫 발을 떼 보며,

부족한 글로 저를 소개 해 봅니다.



오늘은 어디로 떠나고 싶어?


그녀가 최대한 나긋한 어조로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대답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지다 못해 타는 듯한 무언가가
두 뺨을 타고 내리자...

그녀는 그 곳이 어디임을 알겠다는 듯 단호히 말하였다.
"아... 그곳은 이제 못 가"


그녀는 그런 그녀를 다독여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가끔은 품에 안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 다음 날을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을
이제 깨달은 나이였기 때문이다.


​"일어나 커피 한 모금 마시자."
따뜻한 온수 매트, 포근한 베개를 뒤로한 채 겨우 비틀거리며
그녀는 그녀의 반 명령 섞인 부탁에 거실 탁자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정성스레 탄다.


정신과 약도 잊지 않고 한 알도 빠짐없이 입에 털어 넣는다.

거실과 이어진 주방 창문 너머 고요함을 지그시 바라보다,
그녀는 조용히 다시 한 모금을 마신다.
그녀가 다시 속삭인다.


"잘했어... 허함에 속지 마. 그래야 때가 됐을 때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어디로든 갈 수 있어..."
"..."
"너는 그걸 이겨내야 돼."
"..."
"잘하고 있어. 난 너를 사랑해, 유리야."
"고마워"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고마워라고 뱉으며

그녀에게 나 괜찮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렇게 다시 창밖을 바라본다.
유명한 화가가 그린 '1월'이라는 제목의 낙엽 진 겨울 그림 한 점이
주방 한 벽면에 걸러 있는 거 같았다.


무언가 큰 그림을 선물 받은 거 같아 마음이 풍족해져 다시 옅은 미소를 띠며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그녀는 안도의 한 숨 인지,

아니면 나의 편안함에 전이가 된 것인지

호흡을 천천히 내 뱉는다.

그 호흡 끝에는 라벤더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오늘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면
나는 저 '1월'이 주는 고요함 속이라 대답하고 싶다.





'경계선 인격장애' 와

'자해'로 현재 정신과 약을 복용 중 입니다.


'그녀'는 제가 건강하길 바라는 진정한 제 진아의 외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