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답지 않게 날이 좋았다. 티셔츠 한 장으로도 충분한 온기였다. 뒷산의 잎사귀들은 여전히 건조하게 서걱거렸으나, 내 안에서는 3월의 꽃봉오리가 이미 필 준비를 마친 듯했다.
차를 몰아 길을 나섰다. 창 안으로 들이치는 햇빛은 피부를 달구지도, 눈을 찌르지도 않을 만큼 적당했다. 드라이브의 설렘이 고조될 무렵, 빨간 신호등이 나타나 그 들뜬 마음을 잠시 멈춰 세웠다.
그때 도로변에 홀로 남겨진 흰 의자 하나를 보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 분명 누군가의 온기가 머물렀을 물건이다.
'왜 거기 혼자 있니?'
'무슨 사연이 있니?'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호는 초록색으로 바뀐다. 대답을 듣지 못한 채 멀어지는 그 정체 모를 의자에게 묘한 끌림을 느낀다.
집에 돌아와 찍어둔 사진을 찬찬히 바라보며, 정성스레 보정을 시작한다. 묻어나는 빈티지함과 앤틱한 선을 보니 본래 저렴한 물건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미 눈과 비바람에 수차례 젖었을 테고, 목재 틈으로는 벌레가 스며들어 속을 갉아먹는 고통에 아픔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 의자에게 자꾸 마음이 쓰이는 건 깃들었을 누군가의 온기 때문인가보다.
한때 소중히 쓰였을 온기가 식어가는 동안, 낯선 길가에서 홀로 견뎌냈을 시간을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아리해진다.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을 그 고립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