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가 없다.

by 노란빛방울


바닥에 쌀알을 흘렸다. 개 세 마리를 키우는 이 집에서 쌀알을 다시 줍는다는 건 개털을 한 움큼 쥐어 올리는 것과 같기에, 묵묵히 청소기를 꺼낸다.


청소기를 돌리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가 없다.'


공모전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함에 다리를 떨었다. 부푼 기대감으로 입상을 상상하다가도, 이내 내 글의 형편없는 부족함을 떠올리며 헛된 기대를 품은 바보 같은 나를 탓하기도 했다.

그래도 얕게 뛰는 심장 박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스스로 한 마디를 거든다.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이미 제출 버튼을 누른 나의 글은 저 강가 너머 어디론가 흘러가 버렸다.

혹여나 아주 작은 성과라도 얻게 된다면 그것은 나의 대단한 문장력 덕분이 아니라 그저 잠시 운이 깃든 것일 뿐, 자만할 필요도 기쁨에 날뛸 필요도 없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그 통제할 수 없는 결과에 생각을 얽매어 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내가 떨어진들 세상은 바뀌는 게 없다. 누군가는 좋은 결과에 행복해할 것이고, 나는 그 행복을 시기할 필요 없이 그저 이번 결과가 내 현주소를 비추는 거울임을 인정하면 그만이다.

떨어짐으로써 내 실력을 냉정하게 검토받은 것이고, 부족함을 마침내 깨닫게 될 테니까. 그러니 그저 현재 나에게 주어진 문제들에 부딪히며 천천히 걸어가면 된다.


바닥에 흘린 쌀알 몇 십 알이 아깝다고 개털 사이를 뒤적이는 미련한 짓을 깔끔하게 포기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