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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몰입러 노랑 Oct 01. 2023

뮤지컬 후크 관극 후기

관극일 : 23.09.30 낮

어린아이가 가진 원초적 욕망은 무엇일까? 계속 놀고 싶고 혼자는 싫고 그런 욕망을 숨겨야 한다는 의식도 없는. 피터팬을 차용한 뮤지컬 후크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가진 특유의 직선적인 표현을 통해 잔혹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여긴 네버랜드고, 새장은 집이고 저긴 해적선이고, 죽는 게 네 역할이고, 우린 이렇게 놀 거야! 이렇게 정했어! 하면서 놀이를 시작한다. 결투라는 폭력적인 행동도 재미를 위해 서슴지 않는다. 후크가 악어에게 잡아먹히는 게 이들이 가장 재밌어하는 순간이고, 그 순간을 여러 번 반복한다. 그리고 그런 직선적인 표현은 웬디가 팅커벨을 '내 요정가루!'라고 부르면서 절정에 달한다. 내 안에 있는 생각과 욕망을 한번 걸러서 스스로 검열해 보는 건 어른이 된 이후일까. 그래서 웬디는 모든 걸 잊고 다 같이 마냥 즐겁게 놀고 싶은 아이들이 필요했을까.


여러 의미로 근래 가장 뜨거운 창작 초연 극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뮤지컬 후크. 피터 팬을 차용한 꿈속의 이야기라는 설정이 잘 느껴지게 만들어진 무대도, 영상 활용과 반짝이는 조명까지 어우러져 아름답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의상들도 있고 실제로 밧줄을 타고 무대를 이동하기도 하는 부분들도 동화 느낌을 더해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극을 뜨겁게 만든 것 중 하나는 넘버가 아닐까?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다가도 점점 중독되는 넘버들. 이 극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관객도 한 명의 아이처럼 무대를 있는 그대로 즐겨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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