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일 : 23.08.20 낮
꿈꾸는 사람의 순수한 열정과 마음, 구텐버그를 보면서 가장 크게 든 생각이었다. 깔깔 웃을 수 있는 극이라고 알고 갔고 실제로도 웃음 포인트가 많아서 정말 즐겁게 관람했음에도 극 전체를 관통하는 <순수한 꿈>이 문득 뭉클하게 다가왔다.
뮤지컬 구텐버그는 정말 사전지식 없이 관극하러 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극이다. 왜냐면 <구텐버그>라는 극의 첫 공연, 리딩 공연을 올린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빌린 세트장, 빌려온 소품들과 최소한의 조명으로 직접 만들어 낸 자신들만의 작품을 첫 시연하는 자리. 작가와 작곡가 더그와 버드는 그들 자신이 극의 다양한 배역을 맡아 극을 시연하면서 어떻게 이 극을 만들게 되었는지, 극의 이런 부분은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등을 세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들은 전공자가 아님에도 최선을 다해 극을 만들고 이 리딩 공연을 통해 브로드웨이 프로듀서가 이 극을 제작해 줄 것이라 믿고 있다. 배역이 정말 많은데 그것을 모자를 통해 구분하면서 두 배우는 정말 땀 흘리며 <구텐버그> 리딩 공연을 시연한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꿔요, 모두 함께 꿈꿔요 하는 더그와 버그의 마음이 실제 배우들의 땀과 만나면서 뭉클하게 다가온다. '이게 될 가능성이 있나?' 같은 머리 굴림 없이 순수하게 땀 흘려 무언가를 창작해 내고 프로듀서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 그 마음. 좋아하는 것을 처음 시작할 때의 그 순수한 마음 그 자체. 그렇게 관객은 순수하게 꿈꾸는 두 청년(과 피아니스트)를 응원하며 이 극이 프로듀서 눈에 들기를 함께 기다린다.
조금 감동 포인트를 위주로 후기를 썼지만 보면 볼수록 유쾌한 깔깔극이라는 후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굉장히 방대한 대사와 역할, 실수가 없을 수 없는 조건인데 오히려 실수가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땀 흘려 공연을 시연하는 두 배우(와 피아니스트)가 어떤 실수에 대처하는 모습 자체가 오히려 그날의 관객만 그 장면을 봤을 것 같은 그런 현장예술이라는 공연의 특별함을 더해준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보러 가시는 분들이 있다면 공연 시작 십 분 전에는 착석하시길! 미리 무대 위에 올라 이것저것 맞춰보는 배우들을 볼 수 있다. 때로는 기념사진을 찍고 때로는 투닥투닥하는 그 공연 시작 전 모습조차도 리딩 공연이 너무 떨려서 부산스레 준비하는 초보 작가와 작곡가처럼 보여 괜스레 마음이 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