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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몰입러 노랑 May 17. 2022

뮤지컬 쇼맨 관극 후기

관극일 : 22.05.15

내 키만 한 바다에 빠져 힘껏 점프해야 한숨 겨우 내쉬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서로를 비춰주고 혼자서 외롭지 않게 곁을 지켜준다면...

-노랑의 한줄평


친구가 보고 싶어 하길래, 마침 그즈음 막공 티켓팅을 하길래 '그럼 막공을 보자~!'하고 표를 예매했다. 예매하고 거의 한 달 만에, 첫 관람을 마지막 공연으로 했다. 그리고 지금 너무 후회하고 있다. 더 일찍 봤어야 했다고. 공연을 보며 눈물 고이는 일 정도는 흔한 수도꼭지 인생인데 뮤지컬 쇼맨은 정말 오열하면서 봤다. 숨죽여 우느라 몸이 떨릴 정도로. 


무엇이 그렇게나 슬펐을까 생각하면 정말 셀 수가 없지만, 뮤지컬 쇼맨 속 그 모든 이야기와 감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현실적이라는 것이 가장 컸다. 악의는 없었지만 가해자가 되고,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좋은 사람이지 않으면 안 되고, 대단한 변화를 이끌기보다는 자리를 잘 채워주는 것이 나의 임무가 되고, 이해하면서 밉고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그 모든 마음들. 그렇게 때로는 내가 다치고, 때로는 누군가를 다치게 하며 서로 엉켜 살아가는 시간들. 어딘가로의 마음의 문을 닫고 완벽을 쌓아가는 수아와 과거의 끈을 도저히 놓을 수가 없는 네불라.


수아가 부른 터무니없는 보수를 수락하면서, 어쩐지 설레고 신나는 모습으로 촬영을 준비하는 네불라의 모습을 지금 다시 되돌아 생각하면 너무 안아주고 싶다. '나를 판단해줘요'라는 그 한마디를 위해 인생을 다 내보이는 그 절박함. 네불라가 얼마나 많은 세월을 번민 속에 살았을지가 보였다. 네불라의 말처럼 그는 그저 성실했다. 어릴 때 처음으로 칭찬받은 순간, 그 길을 따라 흘러 흘러 왔을 뿐 그 과정에서 그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악의가 없었는데 죄를 지었다. 죗값을 치렀으나 그렇게 노력하고 인정받았던 과거가 너무 반짝반짝했고 그 빛나는 과거가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 같은 마음.


끝이 안 좋았어도 그 순간이 소중해서 버릴 수 없는 기억, 네불라가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나에게도 무언가 떠올라서 더 네불라의 마음이 크게 공감되었을지도 모른다. 끝이 좋지 않아서 과정까지 까맣게 칠해버리고는 마음 아주 깊은 곳에다 묻어버렸던,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일. 왜 그런 끝이 나에게 왔을까 고민하고 울면서 보냈던 밤들, 그런 끝을 안고서 계속 나아갈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던 길. 괜찮다고, 다른 것도 즐겁다고 스스로 세뇌하면서 들어선 다른 길을 걷다가 쇼맨을 만난 나.


수아가 네불라의 있는 그대로의 여러 모습들을 봐주었듯이, 혼자 외롭지 않게 잠시 곁을 지켜주었듯이, 그리고 닫아두었던 문 하나를 열고 나아갔듯이, 나도 내 안의 네불라에게 내 안의 수아가 되어줄 수 있기를. 그리고 각자의 키만 한 바다에서 뛰어오르며 겨우 한숨 내쉬는 다른 네불라에게도 수아가 되어줄 수 있기를. 그렇게 선하고 열심히 살았을 뿐인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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