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일 : 22.05.03, 22.05.07
'더 대단한 내가 아닌 나'를 원하는 사람도
대단하지 않은 자신에게 실망할까 걱정한다.
자신이 가진 좋은 점은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노랑의 한줄평
4월 프리뷰 기간에 처음 보고 난 이후로 두 번을 더 뮤지컬 차미를 관람했다. 처음 봤을 때는 미호에게 집중하면서 보았다면 이번에는 차미, 고대, 진혁에게도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는데, 이틀을 관람하면서 든 생각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좋은 점은 스스로 보지 못한다는 것>.
미호 그대로를 바라봐주고 사랑한 고대는? 미호의 기대만큼 자신이 좋은 사람이 아닐까 봐, 그래서 미호가 실망할까 봐 걱정된다는 말을 털어놓는다.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것 자체가 이미 너무 좋은 사람인데 스스로는 그걸 모른다. 그렇다면 진혁은 또 어떤가. 애초에 완벽한 재력, 조건을 가진 상태에서 삶을 차지했지만? 오랜 시간 살아가며 그 조건들은 이미 너무 당연하고 삶은 권태롭다. 그렇다. 결국은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너무 당연해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마치 숨을 쉬고 밥을 먹고 거리를 걷는 것처럼 내 것은 그냥 익숙한 일이 된다.
미호가 미호 자신이 가진 장점을 보지 못하고 좀 더 업그레이드된 자신을 꿈꾸며 태어난 차미. 그런 차미는 미호와의 언쟁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네가 어떤 것들을 가졌는지 영원히 모를 테니까'.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와서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있어도, 누군가의 삶을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미호가 원하는 캐릭터에 맞춰 성격을 바꾸고 능력을 기를 수는 있어도 나답게 살아갈 내 인생은 없는 지푸라기 인형의 삶. 나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내 인생이 있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미호는 진혁처럼 그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녀는 영원에는 관심이 없고 원하는 것이 분명히 있는 쿨하고 멋진 생각을 가졌지만? 미호 또한 자신의 그런 점은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다.
결국은 사람, 그리고 맞은 편의 또 다른 사람.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나를 바라보고 다른 점을 생각하고 좋은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맞은 편의 또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이래서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고 하는 걸까.
맨 처음 뮤지컬 <차미>를 보았던 날, 미호를 닮은 친구가 생각이 나서 이번에 함께 관람했다. 보고 나온 친구의 후기는 '고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였다. 너무 새로운 생각이라고, 평소에 나는 '고대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같은 생각만 했다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친구는 눈만 깜빡깜빡.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주변 사람의 좋은 점을 정말 잘 봐주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