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의 봄은 풍요롭다.
너른 갯벌은 수많은 생명을 품에 안아 키우고, 지난 가을 황금빛 감동을 전해주던 갈대 군락이 사라진 자리엔 앙증맞은 새순들이 파랗게 고개를 내밀었다. 그뿐이 아니다. 호남 제일의 고찰 ‘선암사’ 뒷마당에는 곱게 단장한 개나리와 벚꽃과 매화가 상춘객을 맞이하고, 전라도 최대 규모의 5일장인 ‘아랫장’이 서는 날이면 대로변까지 빈틈없이 들어선 좌판과, 그 사이로 흐르는 인파가 일대 장관을 이룬다.
순천 여행에서 생태관광의 메카인 순천만을 빼놓을 수 없다. 남해 쪽으로 돌출한 두 개의 반도, 즉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위치한 순천만은 우리나라 제일의 갈대군락지이자 세계 5대 연안습지의 하나다. 2006년에는 그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국제습지조약인 람사르협약에 등록되기도 했다. 순천 시내를 통과한 동천과 이사천이 몸을 합쳐 바다로 흘러드는 S자 수로, 그리고 수로 주위로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은 순천의 상징이고 자랑이다.
순천만습지(구 순천만자연생태공원)는 세 가지 방법으로 탐방할 수 있다. 먼저 대대포구에서 생태체험선을 타고 물길을 따라가며 순천만이 품고 있는 다양한 생명들을 만나는 방법이다. 갯벌에는 짱뚱어, 달랑게, 농게, 칠게, 갯지렁이를 비롯해 다양한 염생식물들이 서식한다. 체험선 두 대가 번갈아 다니고 왕복 35분이 소요된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썰물 때는 배가 뜨지 않으므로 미리 배 시간을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순천만의 또 다른 명물인 갈대열차를 타는 것이다. 갈대밭 사이를 달려 순천이 낳은 두 명의 문학가, <오세암>의 고 정채봉 작가와 <무진기행>의 고 김승옥 작가를 기리는 순천문학관까지 다녀올 수 있다.
세 번째는 순천만습지 탐방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갈대밭 산책과 용산전망대 일몰 감상이다. 갈대밭 사이로 난 2.2km 길이의 나무 데크를 따라 걷다가 갈대밭이 끝나는 지점부터 1km가량 야트막한 산길을 올라가면 용산의 남쪽 끝 전망대에 닿는다. 순천만을 담은 대표적인 사진들, 즉 황홀한 일몰이나 원형 갈대군락지 촬영 포인트가 바로 이곳이다. 선명한 S라인 물길과 갯벌, 둥글게 군락을 이룬 갈대밭의 조화가 절묘하다.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데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순천만습지 앞에는 짱뚱어탕, 오리바비큐 등을 파는 식당은 물론 민박과 펜션도 꽤 있다. 망둥어과의 갯벌생물인 짱뚱어를 뼈째 끓여 체에 거른 후 된장, 시래기, 토란대 등을 넣어 만드는 구수한 짱뚱어탕은 순천 10미(味)의 하나로 꼽힌다.
순천드라마촬영장, 낙안읍성 민속마을, 선암사도 남도에 찾아온 봄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이다. 순천드라마촬영장은 옛 순천읍과 1960년대 서울의 달동네, 1980년대 서울 변두리 모습을 재현한 오픈 세트장이다. ‘황제양복점’ ‘댄디잡화점’ ‘이태리양과점’ 등 보기만 해도 정겨운 빛바랜 간판들, 시멘트 담벼락에 적힌 ‘소변금지’ ‘방공방첩’ 따위 문구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사랑과 야망> <서울 1945> <에덴의 동쪽> <자이언트> <제빵왕 김탁구> 등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순천드라마촬영장이 1950~80년대로 되돌아가는 시간여행이라면,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조선시대로 떠나는 흥미진진한 여행이다. 280여 동의 초가집과 객사, 관아, 동헌 등이 길이 1.4km의 석성 안에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낙안읍성은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는,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이다. 마을을 둘러싼 석성은 처음엔 토성이었으나 임경업 장군이 군수로 부임하면서 석성으로 개축했다. 마을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성곽 위를 한 바퀴 걷고 난 후 주막에 앉아 국밥 한 그릇 또는 파전에 동동주 한잔 청해 먹으면 두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길쌈시연, 목공예체험, 농기구체험 등 옛 삶의 다양한 모습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고 성 안에서 민박도 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는 유익한 역사교육장이 된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바로 앞에 자리한 순천시립 뿌리깊은나무박물관도 둘러볼 만하다. 한국브리태니커 설립자이자 1976년 창간 당시 최초의 한글전용, 가로쓰기 도입으로 잡지계에 새 장을 열었던 월간 <뿌리깊은나무>의 발행인 고 한창기 선생이 평생 수집한 문화재급 소장품 6천여 점을 전시, 보관하고 있다. 유물전시실 맞은편에는 단소・거문고 명인인 백경 김무규 선생의 구례 전통한옥을 그대로 이전 복원해 놓았다.
선암사는 우리나라 불교 양대 종파의 하나인 태고종의 본산으로,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위치한 송광사와 함께 순천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조선 중기에 세워진 어여쁜 무지개 다리 ‘승선교’, 낮은 칸막이와 시원하게 뚫린 개방감이 특징인 우리나라 유일의 문화재 해우소(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14호), 원통전의 모란꽃살문 등 선암사만의 단아한 볼거리가 많다. 원통전, 각황전을 따라 운수암으로 오르는 담길에는 매화가 가득 피어나 운치를 더한다. 선암사에는 수령 350~600년 된 매화나무 30여 그루가 있다.
선암사 매화는 특별히 ‘선암매’라고 불린다. 원통전 뒤편 백매화와 각황전 담길 홍매화는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되어 있다. 3월 말부터 선암사 종무소에는 선암매 개화 여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오직 선암매를 보기 위해 선암사를 찾는 이도 많다.
내친 김에 순천향매실마을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다. 월등면 계월리 순천향매실마을의 봄은 길과 언덕을 하얗게 뒤덮은 매화로 황홀하다.
순천시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이들 관광지를 편하게 돌아볼 수 있다. 순천시가 운영하는 시민공영자전거 무인대여 시스템 ‘온누리’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순천종합터미널, 순천역 등 시내 주요 지점마다 자전거 터미널이 있어 자유롭게 대여해 이용한 후 어느 곳에서나 반납할 수 있다.
➊ 추천일정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_ 순천드라마촬영장→낙안읍성 민속마을→순천시립 뿌리깊은나무박물관
◉ 둘째 날 _ 선암사→순천만국가정원→순천만습지
➋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순천역, KTX 하루 9회(05:20~21:15) 운행, 약 3시간 15분 소요
레츠코레일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순천,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6회 (06:10~다음날 00:40) 운행, 약 3시간 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8회(07:20~18:10) 운행, 약 4시간 2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 www.hticket.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www.ti21.co.kr
글.사진 _ yellow trip 이정화
: Yellow trip 카카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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